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이 판매 초기 펀드 성공 사례로 홍보한 것으로 알려진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양도금지 특약’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던 셈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2017년부터 자사 펀드에 대해 ‘공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들의 매출채권만을 사들임으로써 투자의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고 소개했다. 특정 업체가 공기업에서 수주 등을 받아 발생한 돈(매출)을 받을 권리(채권)에 투자해 안정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증권사에 자사 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는 구체적으로 LH, 한국도로공사 등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옵티머스는 펀드 설정 초기에 특정 건설사가 공공기관을 상대로 올린 매출채권을 펀드 자산으로 담아, 초기 트랙레코트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옵티머스가 초기에 판매한 펀드는 중견 건설사인 성지건설이 LH, 한국도로공사 등을 상대로 올린 공사매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채권에는 ‘제 3자에게 채권을 양도할 경우 발주처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특약이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사실상 ‘양도금지’ 조항이다. 실제 성지건설은 2017년 해당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발주처에 채권양도 승인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이런 사실은 성지건설이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밝혀졌다. 2018년 성지건설은 빌리언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던 당시, 최대주주의 대출에 회사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했다.
수사 결과, 배임 혐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성지건설은 해당 채권을 담보로 제공하려고 시도한 사실은 있으나, 해당 특약 때문에 담보제공이 불가능해져 이를 철회한 것이다. 해당 채권은 사실상 유동화가 불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옵티머스가 펀드에 담았다고 주장했던 채권을 발행한 복수의 공공기관에 따르면, 일반적인 매출 채권의 경우 양도가 가능하다. 다만, 현장의 판단에 따라 공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에는 ‘채권양도금지 특약’을 계약사항에 넣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건설사 규모가 작거나, 시공능력이 낮은 회사일수록 해당 특약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해당 채권 보유 여부가 공사 완료에 직접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매출 채권의 양도를 인정하고 있지만, 공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우에 한 해 양도를 금지하거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며 “특약 여부는 계약 당시 실무 부서에서 자체적 기준을 가지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공사발주를 확인한 결과, 일부 공기관 발주공사 계약서에 ‘매출채권 양도금지조항’이 포함됐다.
현재 대부분의 옵티머스 펀드에는 공공기관 매출 채권이 편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화 과정으로 통해 매출 채권에 간접적으로 투자했다고 해도, 해당 매출에 ‘양도 금지 특약’이 있다면 사실상 ‘매출 채권 펀드’는 존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셈이다.
일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의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량 채권의 경우 물량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펀드 편입을 유도하기에는 유인요인 자체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나 도급 순위가 떨어지는 업체의 매출 채권은 양도금지 조항이 있는 경우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며 “해당 특약 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으며 성실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