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최근 4년 내 미국 ‘큰손’ 주주들의 보유 지분 가치가 증대하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홍콩 포함) 국적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줄어들며 상대적으로 투자 열기가 식었다는 분석이다.
기업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미국과 중국 주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미ㆍ중 무역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두 나라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주식평가액은 22일 보통주 기준이다.
◇미국 주주 지분 가치 높아져…블랙록 80% 차지 = 해당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가진 미국 국적의 법인이나 개인 주주는 45곳이다. 이들은 국내 상장사 111곳에서 5% 넘는 주식을 보유했고, 이들이 가진 주식 가치는 27조7093억 원으로 평가됐다.
같은 주제로 조사했던 2016년 3월과 비교하면 미국 주주들의 주식 가치는 당시 18조1500억 원보다 52.7% 증가했다. 다만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 수는 10곳 감소했다.
미국 주주 중 국내 주식 지분 가치가 가장 높은 곳은 블랙록으로 나타났다. 총 지분가치 중 80% 이상을 블랙록이 차지할 정도로 비율이 높다.
블랙록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상장사 11곳에서 5%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총 22조3451억 원에 달한다.
블랙록은 2016년 3월에는 네이버 등 3곳에서만 5% 이상 지분을 보유했으나 4년 사이에 국내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큰손’으로 등극했다.
블랙록은 삼성전자 지분을 5.03% 보유해 이건희 회장 등 총수 일가와 국민연금에 이어 삼성전자의 3대 주주다. 블랙록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 가치는 15조6203억 원이다.
블랙록은 이외에 네이버(2조2364억 원), 엔씨소프트(1조1787억 원), 신한지주(8733억 원), 포스코(8474억 원), LG전자(5564억 원), KT&G(5476억 원), 에이치엘비(2241억 원), 현대해상(1084억 원) 등의 주식을 보유했다.
미국 ‘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피델리티)는 국내 상장사 34곳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뚜기 지분을 6.82% 보유했다. 가치는 1419억 원 수준이다. 이외에도 동국제약, 광동제약, 대원제약, 환인제약, 경동제약, 쎌바이오텍 등 다수의 제약ㆍ바이오 종목에서 5% 이상 지분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판다쇼핑’ 열기 식어…중국 주주 영향력 ↓ =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홍콩 포함) 국적 주주의 영향력은 낮아졌다. 중국이 현금을 동원해 우량기업 주식을 쇼핑하듯 사들이는 이른바 ‘판다쇼핑’ 열기는 다소 사그라들었다는 분석이다.
중국 국적 주주가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상장사는 2016년 50곳에서 올해 34곳으로 줄어들었고, 주식 가치도 4조4700억 원에서 2조3900억 원으로 46.6% 감소했다.
중국 주주 중 국내 상장사 지분 가치가 가장 높은 곳은 ‘티 로우프라이스 홍콩리미티드’로, LG생활건강 주식 지분을 6.2%(1조2263억 원) 보유했다.
또한 미국 주주들은 대개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중국 주주들은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CXO연구소는 설명했다.
실제 중국 주주가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상장사 34곳 중 드림씨아이에스(최대주주 홍콩타이거메드) 등 14곳은 중국 주주가 최대 주주로 조사됐다.
오일선 소장은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중국보다 미국 주주들의 움직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삼성전자는 총수 일가 등의 지분율이 21%이고 외국인 주주가 절반을 넘어 3대 주주인 미국 블랙록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