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가로막힌 대형마트…3년 새 4500명 여성 일자리 사라졌다

입력 2020-06-29 05:00 수정 2020-06-2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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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6-28 17:18)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이마트 남직원 240명 떠날 때 여성 2137명 줄어…유통 침체·신규출점 제한·의무휴업 등 악재에 女일자리 집중타격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최근 3년 새 대형마트 3사에서만 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중 4500명은 여성 일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패턴 변화에다 갈수록 강화되는 규제로 신규 출점까지 어려워지면서 이를 견디다 못한 대형마트가 구조조정을 선언함에 따라 여성 근로자의 일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언택트 소비 가속화로 오프라인 매장의 자동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어 여성이 주요 인력인 캐셔 자리는 계속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 3년 새 대형마트 인력 6000명 증발… 4500명 이상은 여성 =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마트의 3월 기준 총 임직원 수는 2만 5596명이다. 이 중 남성은 9468명, 여성은 1만6128명으로 비중은 각각 37%와 63%다. 이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각각 13명, 170명 줄어든 수치로 남녀 근로자의 감소 폭은 13배에 달한다.

범위를 3년으로 넓혀 지난 3월과 2017년 말을 비교하면 이마트 근로자는 총 2377명이 줄었다. 이 기간 남성은 240명, 여성은 남성의 9배인 2137명이 일터를 떠났다. 이는 이마트의 계열사인 대형마트와 트레이더스, 전문점 등의 임직원을 합한 수치로 그 사이 주력 사업인 할인점 점포 수의 변동은 없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커머스 사업을 분사하면서 인력이 이동해 수치가 감소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출범한 SSG닷컴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50%씩 출자한 회사로 약 1000명 내외가 근무하고 있다.

비단 이마트만의 현상이 아니다. 롯데쇼핑의 올 1분기 기준 총 임직원 수는 2만 4761명이다. 남성과 여성 임직원 수는 각각 7761명, 1만7000명으로 여성이 2배를 훨씬 넘는다. 2016년과 비교하면 총 1596명이 줄었는데, 이중 남성은 483명에 불과했지만 일터를 떠난 여성은 1113명으로 3배에 육박한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도 큰폭으로 직원수가 줄었다. 백화점 부문의 남성과 여성 임직원 수는 지난 3월 기준 각각 1874명, 3013명으로 3년 새 145명과 371명이 축소됐다.

대형마트는 더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남성 근로자는 148명이 회사를 떠난 데 반해 여성 일자리는 783개가 사라졌다. 남성의 5.3배에 달하는 여성이 회사를 그만둔 셈이다. 하지만 이 기간 롯데마트의 점포 수는 119개에서 125개로 되레 6곳이 늘었다.

2월 결산 법인인 홈플러스의 경우 2017년 2월 기준 2만477명에서 올해 2월 2만2168명으로 무려 2607명이 감소했다. 2016년 142개로 정점을 찍은 점포 수가 140개로 줄어든 이유가 크다. 통상 대형마트의 여성 근로자 비중이 70~80%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여성 직원 1500여 명이 일터를 떠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토대로 계산할 때 최근 3년 사이 대형마트 3사에서 사라진 여성 일자리는 4500명을 웃돌 것으로 분석된다.

◇ 대형마트 구조조정에 여성 근로자 축소 불가피… 여전한 규제 연장 움직임 = 최근 대형마트의 여성 일자리 축소는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 침체 외에도 정부의 규제 확대 여파가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대형마트들은 2020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사실상 신규 출점이 제한된 상태다.

또한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축소로 사업 확장에 제약이 따른다. 여기에 거스를수 없는 비대면 자동화 추세는 애꿎게도 여성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 특성상 여성 직원들은 대부분 캐셔나 피커 등으로 일하는데, 점포 별로 70~80% 수준”이라면서 “연령대가 높아 퇴사가 많지만 새로 문 연 점포가 없다 보니 신규 채용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유통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그동안 큰 변화가 없던 대형마트 점포 수마저 감소 위기에 처한 점이다. 이는 곧바로 여성 일자리 실종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롯데쇼핑은 이달 말 빅마켓 킨텍스점과 롯데마트 천안점, 의정부점 등 3곳을 폐점하기로 한 데 이어, 7월 말 양주점과 천안아산점, 빅마켓 신영통점의 영업 종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올해만 총 16곳의 매장을 정리하기로 한 롯데마트의 폐점 목표는 5년간 50개다.

홈플러스도 최근 매각 주관사로 딜로이트안진을 선정하고 안산점과 대전 둔산점, 대구점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다만 홈플러스 측은 “자산 유동화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매각 단계까진 아니다”면서 선을 그었다. 이마트 역시 삐에로쑈핑과 헬스앤뷰티(H&B) 전문점 부츠 등을 정리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의 대형마트 옥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은 ‘대규모 점포 출점제한 강화 방안’과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규제를 5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26일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에도 대형마트는 의무휴업 규정에 따라 대부분의 점포가 매출이 가장 높은 주말(28일)에 영업하지 못했다.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유통업의 비대면과 자동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대기업 유통업은 특별히 규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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