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일몰제를 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는 민간공원 특례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공익성과 사업성 모두를 잡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 자본을 유치해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말한다. 민간에서 공원 부지를 매입해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기로 약정하면 나머지 부지는 주택 등 비(非)공원 시설을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
◇공원 부지 30% 택지개발 '민간 특례'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활용하면 공원 부지 매입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재원 마련 부담을 덜 수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재정 상태가 열악한 지자체 사이에서 공원 부지 실효를 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77개 공원에서 특례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민간 기업으로서도 개발 가능한 도심 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업 용지를 확보할 수 있어 이익이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통해 조성된 아파트이자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16년 3억 원 중반대에 분양한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최근 7억 원까지 시세가 올랐다. 이 같은 몸값 상승엔 ‘숲세권’이 한몫했다. 34만3000㎡ 규모의 대형 공원(직동근린공원)이 아파트를 감싸고 있어서다. 직동근린공원은 1954년 공원으로 지정됐으나 재정 문제로 50년 넘게 방치됐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통해 직동근린공원은 도시공원 일몰제를 피해 시민 쉼터로 거듭났다.
◇77곳서 특례사업 추진… 개발 포기도 속출
하지만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좌초되는 곳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올 들어서만 대구 달서구 갈산공원, 전북 익산시 팔봉공원 2지구, 경북 안동시 옥현공원 등에서 민간 사업자가 개발을 포기했다. 개발업계에선 까다로운 현금 예치 조건, 지자체·공공기관의 지나친 간섭, 과소(過少)한 비공원 시설 조성 비율 등을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 참여 확대 방안’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 실효성을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인근 개발 용지와 사업 연계 △예치금 제도 조정 △비공원시설 부지의 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지정 등을 제안했다.
환경운동 단체 일각에선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공원 보전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김수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조성된 공원을 보면 접근성이 편한 곳은 주택 등으로 개발하고 시민 접근이 어려운 곳을 공원으로 만드는 일이 많다”며 “이런 식의 개발은 민간기업에 특혜를 주더라도 시민을 위한 공원을 지키겠다는 제도 취지를 어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