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이트 파워” 백인우월주의 영상 리트윗했다 삭제

약 3시간 만에 지워…백악관 “트럼프, 문제의 구호 못들어” 해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오클라호마은행센터(BOK)에서 열린 대선 유세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털사/AP연합뉴스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이트 파워”를 외치는 장면이 있는 영상을 리트윗했다가 3시간여 만에 삭제했다. 백인의 권력을 뜻하는 이 구호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시위에 자주 등장하는 구호여서 논란이 일었다.

28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쯤 “빌리지스의 위대한 주민들에 감사한다”면서 지지자들이 나온 영상을 리트윗했다. 이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을 비난하는 한편, 방문을 암시하듯이 “곧 만납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해당 영상에 백인우월주의 구호가 들어있었다는 점이다. 영상에는 플로리다주 빌리지스에서 골프 카트를 타고 퍼레이드를 벌이던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파들이 대치하는 장면이 담겼는데, 여기에서 카트 속에 있던 한 백인 남성은 “화이트 파워!”라고 두 차례 외쳤다. 이에 따라 한바탕 비판이 제기되면서 “영상을 내려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서 리트윗한 문제의 영상이 사라진 것은 약 3시간이 지난 오전 11시쯤이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구호를 듣지 못했다고 해명에 나섰다.

대선 라이벌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이 오늘 ‘화이트 파워’라 외치는 사람들의 영상을 공유하고 그들을 ‘위대하다’고 했다”며 “샬러츠빌 때 했던 것과 같은 말이다”고 비판했다. 이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 편을 들어준다는 비판을 샀던 때를 지칭하는 것이다. 지난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는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반대 시위대가 충돌해 유혈사태를 일으킨 바 있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에 매우 좋은 사람들이 있다”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영상을 보고 리트윗 한 것인지, 아니면 보지 못한 채 리트윗 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미 전역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소동이 벌어진 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