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법정 시한인 29일 세번째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개최된 가운데 경영계가 요구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올해 처럼 모두 업종에 동일하게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내달 1일에는 노사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심의 결과를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표결이 있었는데 총 위원 27명 중 찬성 11명, 반대 14명, 기권 2명으로 출석위원 과반이 차등 적용에 반대해 차등 적용안이 부결됐다"며 "따라서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25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은 지금 처럼 시간당 최저임금과 더불어 월 환산액도 병기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날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표결에 앞서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신경전을 벌였다.
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하면 고용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고 무엇보다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원칙에 반한다"며 업종별 차등 적용을 반대했다. 또한 업종별 차등 적용은 저임금 노동자라는 낙인을 찍는 폐해를 낳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맞서 류기정 사용자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은 "지난해 작년 임금 사업장에서 15시간 근로자는 늘어난 반면 자영업자는 상당히 감소했다"며 "이는 최저임금 수준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올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법을 보면 최저임금을 사업별로 구분해서 적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그동안 여건 및 환경 미비로 업종별 차등 적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을 가중 시키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자영업자 등 영세사업자의 지불능력과 업종별 노동생산성 격차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사용자위원 측은 표결 결과에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수용했다. 다만 다음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업종별 차등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자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날 노사 모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근로자위원 측은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인 생계비, 유사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등을 종합 고려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사용자위원 측은 동결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법정 시한을 넘겨 송구한 마음이 크지만 내달 1일 열리는 4차 전원회의에서 노사가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기로 의견을 모은 만큼 이를 토대로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해 진전 있는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