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TO의 DSB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한국 정부가 요청한 패널 설치 의제(WT/DS590/4)를 논의했지만, 일본의 거부로 설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일본의 WTO 대표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재료 3개 품목의 수출규제는 WTO 규칙에 의해 인정되고 있으며, WTO가 예외로 하는 안보 우려에 명확하게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통신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WTO 대표는 일본의 수출 규제는 WTO와의 정합성이 결여됐으며, 한국 기업에 불필요한 지연과 불확실성, 비용 등 심각한 제한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WTO의 분쟁처리규정에 따르면 늦어도 다음 회의에서 한국이 또 설치를 요구하면 모든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반대하지 않는 한 패널이 설치된다. 다음 DSB 회의는 7월 29일에 예정돼 있지만, 한국이 두 번째 요청을 낼 경우 일정을 앞당겨 특별회의를 열 수 있다. 패널 위원은 3인으로 구성되며, 위원의 선임은 제소국과 피소국의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
앞서 일본은 작년 7월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3가지 품목을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노역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였다. 이어 8월에는 한국을 수출허가 간소화 대상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 이르렀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같은 해 9월 WTO에 일본을 제소했지만, 이내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가고자 절차를 중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일본 측이 수출 규제의 명분으로 내걸었던 제도적 미비점을 모두 해소하는 한편, 일본에는 수출 규제 해결 방안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은 기한으로 제시했던 지난달 말까지 적극적인 답을 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는 결국 지난 2일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후 지난 18일 사무국과 주제네바 일본대표부에 패널 설치 요청서를 송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