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근로자 절반 이상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소 동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을 깎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2차 노동인력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중소기업 근로자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56.7%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세부적으론 51.7%가 ‘동결’에, 5%가 ‘인하’에 응답했다.
지난해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결과다.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대상 조사에서는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답변이 23.1%에 불과했다. 중기중앙회 측은 “현장 근로자들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상황이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근로자들은 임금을 높이는 대신 고용상태 유지를 택했다. ‘정부의 가장 시급한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고용 유지’를 꼽은 응답자가 83.4%로 가장 많으면서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10.7%), 노조 활성화(2.5%), 임금 인상(2.5%), 기타(0.8%) 순이다.
또한 ‘노사정이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최저임금을 동결하도록 합의’하는데 대한 의견을 묻자 이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63%로 가장 많았다. 또한 반대는 11.8%, 잘 모르겠음은 25.2%로 각각 집계됐다.
위원회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 영향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듣는 자리도 마련됐다. 매출 감소가 지속돼 휴업수당조차 지급할 여력이 없어 인력 감축을 고려하는 기업이 많다는 점이 화두에 올랐다.
김문식 공동위원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40%가 넘는 등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며 “조금의 최저임금 인상도 최대한 버티고 있는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의욕 자체를 꺾어 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주보원 공동위원장도 “뿌리 제조업체들은 조선, 자동차 산업과 연관성이 커서 주문이 급감하는 등 특히 더 어렵다”며 “조금의 최저임금 인상도 감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 극복에는 노사 모두가 한마음이며, 노사가 함께 생존하기 위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대학교 졸업생 대표로 참석한 연정흠씨는 “그간 과도하게 오른 최저임금으로 카페 등 기존에 있던 파트타임 일자리마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자영업자는 물론 저와 같은 상황의 파트타임 근로자들을 위해서라도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것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위원회에서는 최저임금 심의 대응방안 외에도 △최근 노사관계 동향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고용유지 및 고령자 고용 지원제도 안내 등이 이어졌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최저임금 인상 최소화 등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사의 고통분담이 절실한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