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른자’ 연금시장, 제도 개선해야…“자본시장 활성화 지름길”

입력 2020-07-01 16:48 수정 2020-07-0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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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장기화ㆍ퇴직연금 가입 의무화 영향으로 급속도로 성장한 연금 시장이 ‘노른자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연금 관련 펀드 445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평균 11.21%를 기록했다. 3개월 기준 ‘미래에셋연금한국헬스케어[자]1(주식)C-C-P’(54.01%), ‘KTBVIP밸류퇴직연금[자](주식)C-C’(43.41%), ‘삼성퇴직연금코리아중소형[자]1(주식)-C’(32.38%),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퇴직연금[자]1(주식)C-C’(30.79%) 등이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규모는 221조 원으로 최근 5년간 2배 급증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2022년부터 근로자 10인 미만 중소기업 등 모든 직장에서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되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전문 위탁기관에 연금 운용을 맡기는 ‘기금형’과 근로자의 연금을 자동으로 운용하는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1000조 원이 넘는 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홍원구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지속하면 연금 제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 퇴직연금 도입 기업과 가입자의 재무적 측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해 위험자산과 장기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질 수 있는데 이는 결국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요구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는 기금형 도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퇴직연금 자산의 운용 수익률 개선을 위해 디폴트 옵션 도입과 기금형 퇴직연금 등 제도 개선이 마련돼야 한다”며 “연금 시장을 통해 정체된 자본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전문 위탁기관에 퇴직연금의 운용을 맡기는 방식이다. 현재 퇴직연금은 크게 DB(확정급여형)와 DC(확정기여형)로 구성돼 있다. DB는 퇴직 후 받을 급여액이 미리 확정되는 기존 퇴직금 제도와 비슷하다. DC는 회사가 매년 일정한 퇴직연금을 적립하면 근로자들이 자신의 책임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기금형을 일찍 도입했다. 미국의 401K 등 글로벌 운용사들은 주식 위험자산 비중을 적극적으로 높이며 수익률을 극대화했다. 한국은 퇴직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은 1%가 채 되지 않아 전 세계에서 비율이 꼴찌 수준이다. 대부분 채권혼합이나 채권 유형의 비중이 높다. 국내에도 기금형이 도입되면 금융투자업계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퇴직연금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은 퇴직연금 관련 상품 신규 가입자에게 경품 제공, 수수료 인하 등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등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상품을 출시했다.

유안타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은퇴자산의 큰 축인 퇴직연금은 매우 보수적으로 운용됐다”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퇴자산은 장기간에 걸쳐 투자하는 몇 안 되는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장기투자의 장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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