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5만 명을 돌파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기록적으로 쏟아지고 있어 급증 추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독립기념일 대체휴일인 3일부터 연휴가 시작돼 코로나19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퍼펙트스톰’에 휘말릴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실시간 코로나19 감염 실태를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코비드 트래킹 프로젝트’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미국에서 5만298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는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달 26일보다 8600명 이상 많은 것이다. 6월 한 달 동안 미국의 일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율은 105%에 달했다.
텍사스주도 8076명 신규 확진자로 전날 세웠던 사상 최대치 기록을 1100명 이상 웃돌았다. 증가 폭은 5월 중순 이후 가장 컸다.
병원 시스템도 붕괴 일보 직전이다. 이날 기준 텍사스주에서 6900명 이상의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한 상태다. 미국에서 가장 큰 병원인 휴스턴 소재 텍사스메디컬센터는 “1350명이 집중치료실에 입원해 있어 정상 수용 수준인 1330명을 웃돌았다”며 “코로나19 환자가 병상의 36%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주는 이날 “신규 확진자 수가 4878명으로 일일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며 “사망자도 88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기업들도 최악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지나갔다는 낙관론이 사그라들면서 영업 재개 계획을 늦추거나 중단하는 상황이다.
애플은 이날 “2일부터 미국 7개 주에서 30개 애플스토어를 추가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이미 이날 폐쇄된 매장도 10곳이 넘었다. 이에 애플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문을 닫게 된 애플스토어는 총 77곳으로 늘어났다. 이는 미국 전체 애플스토어 271곳의 약 30%에 이른다.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도 이날 “미국 매장 재개장 계획을 21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맥도날드는 미국 내 1만4000개 매장 중 15%에 불과한 2200곳만이 식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영업 정상화에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나머지 맥도날드 매장은 드라이브 스루와 배달, 테이크아웃에만 서비스가 국한돼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일부 국가가 경제 봉쇄를 재개해야 할 수 있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마리아 밴 커크호브 WHO 신흥질병·동물원성 감염증 부문 책임자는 “코로나19 억제에 성공했던 일부 국가들이 후퇴해 다시 봉쇄 조치를 취해야 할 수 있다”며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너무 늦지 않기 위해서 지금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HO는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는 미국을 염두에 둔 것이 틀림없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