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홍콩 인재 모시기에 혈안…‘도쿄국제금융도시’ 구상 구체화 속도

입력 2020-07-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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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기간 연장 특례 적용 등 논의…새로운 ‘아시아 금융 허브’ 정조준

▲6월 1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의 한 쇼핑몰 천장 거울에 보행자들이 비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6월 1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의 한 쇼핑몰 천장 거울에 보행자들이 비치고 있다. 도쿄/AP뉴시스
일본이 홍콩을 대체할 ‘아시아 금융 허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은 이날 외국인 금융전문가를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우대 조치) 검토에 돌입했다.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특례를 적용하거나, 이들이 일하는 기업의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감세 등을 논의한다.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이 흔들리고 있는 틈을 타 새로운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정부는 이달 내 결정할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에 도쿄의 국제금융 도시 구상을 포함할 전망이며, 집권당은 이러한 실현을 뒷받침한다.

최근 홍콩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라 고도의 자치가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금융 허브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즈키 시게하루 일본증권업협회 회장은 “곧바로 금융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우나, 금융 도시로서의 위치를 잃어가는 것만큼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 허브 자리를 노리고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일본은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서 국제적인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판단, 인재 수용 환경의 정비를 서두르기로 했다. 특히 금융과 정보·기술(IT)이 융합하는 핀테크나 고도의 데이터 보호가 가능한 디지털 기술인 블록체인 등의 구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내 전문 지식을 가진 외국인 인재가 늘어나면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의제 중 하나는 금융 분야 인재와 이들의 체류 기간을 결정하는 점수를 특별 가산하는 방안이다. IT 등 첨단 사업에 종사하면 특별 가산하는 특례가 있는데, 금융 분야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의 체류 자격에는 고급 인력, 특정 기술, 기능 실습 등이 있다. 고급 인력은 전문 지식을 갖춘 ‘고급 전문직’을 포함해 학력, 경력, 연봉 등을 포인트화해서 규정된 값에 도달하면 자격을 얻는다.

또 일본은 원칙적으로 5년의 체류 자격 조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데, 영주권 취득과 관련한 체류 기간의 단축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도쿄도에서는 도내 국가전략 특구에 진출하는 해외 기업의 고급 인력에 대해 포인트를 가산, 체류 기간의 우대를 받기 쉽게 하도록 하는 특례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자민당은 이러한 조치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것 이외에도 가산하기 쉬운 구조를 검토한다.

이밖에 금융 인재가 일하는 기업을 일본에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감면하는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인재 유치로 연결되는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 감세나 임대료 경감 대책 등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고급 인력의 절반 이상이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의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고급 인력이 바라본 일본의 비즈니스 환경의 매력도는 51위로, 조사 대상 아시아 국가·지역에서 최하위였다. 지난해 말 출입국 체류 관리청의 조사에서 고급 인력의 포인트 제의 인정 건수는 약 2만1000건을 기록했다. 증가 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비자 취득의 복잡함이나 체류 자격의 기한, 대동하는 가족의 수락 환경 등이 과제로 거론된다.

호시노 다쿠야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부주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에서 와주었으면 하는 인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공서열 등 일본식 고용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고급 인력은 늘지 않는다”며 “보수 또한 해외에 비해 적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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