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중동산?” 보릿고개에 중동·미국 원유 도입 저울질 나선 정유사

입력 2020-07-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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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미국산 원유 도입 실적 '반 토막'…중동산 원유 다시 비중 확대될까

▲미국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의 한 셰일유전. AP뉴시스
▲미국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의 한 셰일유전. AP뉴시스

국내 정유사들의 미국산 원유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주춤해졌다.

그동안 중동산 원유보다 경제성이 높던 미국산 원유 도입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으나, 최근 국제유가 하락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 석유 시장의 악화에 중동산 원유의 가격 경쟁력이 다시 높아지면서 수입처에 대한 고민이 높아진 것이다.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정유사로선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중장기적인 목표보다는 당장 저렴한 원유를 사들여 정제마진을 높이는 편이 중요한 만큼 미국산 원유 도입은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5월 741만 배럴로 전년 동기(1152만 배럴) 대비 35.7% 감소했고 전월(1483만 배럴)보다는 무려 50%나 급감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미국산 원유 수입은 총 5376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지만, 5월부터 하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같은 기간 중동산 원유 수입량은 5742만 배럴로 전년 동기(6010만 배럴) 대비 4.5% 감소했지만, 전월(5368만 배럴)보다는 7% 늘어났다.

그동안 국내 정유사들은 미국산 원유의 경제성이 크다는 이유로 수입을 늘렸다.

미국산 원유는 셰일오일의 생산이 과잉되면서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중동산 원유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 미국산 원유를 대표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중동 두바이유의 차이가 최대 9달러까지 벌어지면서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이고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수입 다변화를 꾀하기 위해서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려왔다.

또한, 이란 제재로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들여올 수 없게 된 정유사들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미국의 경질유 수입을 늘린 것도 미국산 원유의 수입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두 가지 이유 외에도 올해 초부터 시행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연료 황 함량 규제에 따른 일시적인 저유황유 수요가 증가했고 미국산 원유가 이 성상에 맞았기 때문에 미국 원유 수입이 올해 4월까지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WTI와 두바이유의 갭(차이) 스프레드가 급격히 좁아지면서 오히려 운송비를 고려했을 때 중동산 원유의 경제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온 것이다.

미국산 원유가 중동산 대비 배럴당 2~3달러가 낮아야 경제성이 생기지만, 2분기 기준 아시아로 수출되는 WTI(MEH 유종 기준)의 가격이 중동산 원유 대비 배럴당 2.96달러 높은 상태가 됐다.

운송비 역시 미국에서 싱가포르 노선 VLCC 용선료는 100만 톤당 35.33달러 수준으로 작년 하반기 29.97달러에 비해 급격히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수준인 4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2분기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은 정유사로선 원가부터 절감하기 위해 저렴한 원유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줄이는 추세이지만 변수가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만약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미국 내 셰일오일 업체들의 파산이 이어지면 WTI 가격이 올라가고 국내 정유사의 수입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란에 대한 제재가 지속되면서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어서 마냥 수입이 줄어들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가 미국산 원유라고 무조건 도입하는 게 아니고 현재 정제마진도 안 좋은 상황이라서 저가 원유를 들여와서 정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5월 미국산 원유 도입 실적을 보면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고 이는 (미국산 원유 비중 감소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보면 셰일 공급이 줄어든다면 이전에 과도하게 할인 받았던 미국산 원유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두바이유와의 갭이 줄어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산 원유에 대한 경제성이 사라지게 되면서 도입이 줄지 않을까 전망한다"면서도 "여전히 이란산 원유에 대한 대체 특수성이 있어서 그 사이에서 시장이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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