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金, 금융의 정치화] 또 '정치바람' 탄 금융지주…은행감독국 수난시대

입력 2020-07-06 05:00 수정 2020-07-0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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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감찰 담당자 중징계…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 때도 ‘휘청’

“금융지주와 맞서면 좌천된다.”

금융감독원 내부 정설이다. 수년 전부터 금융지주 회장 ‘경영 리스크’ 이슈의 최전선에 있던 금감원 담당자들은 다음 인사 이동에서 불이익을 겪어왔다. “금융지주가 ‘무소불위’라 불리는 금감원 인사까지 쥐락펴락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실제 금융시장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기형적으로 커져버린 금융지주사의 구조와 근본적 문제점을 들여다본다.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감찰을 벌여 김동성 은행담당 임원과 이근우 기획조정국장(당시 은행감독국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다. 2018년 10월 우리은행 영업점 직원이 고객의 휴면계좌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한 사건 등을 적발하고도 은행을 봐줄 목적으로 사건을 지금까지 뭉갰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 측은 법률적 검토가 필요했고 작년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처리 순서가 뒤로 밀렸을 뿐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 감찰실은 이 같은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민정수석실이 윤석헌 금감원장을 흔들려는 의도로 감찰에 나섰고, 결국 간부 징계까지 요구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 윤석헌 원장의 사퇴설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 계좌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은 일반은행검사국보다는 IT, 핀테크국 담당이었다”며 “청와대에서 일반은행검사국에 알 수 없는 프레임을 씌워서 찍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CEO를 끌어내리려 했던 사람에게 ‘봐주기 검사’를 했다는 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과거의 사태와 ‘판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지주와 맞붙은 금감원은 은행검사국장부터 원장까지 통째로 흔들렸다. 2018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 때도 금감원은 휘청였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금융권 채용 비리 조사를 진두지휘하다 또 다른 채용 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취임 6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됐다.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당시 김철웅 은행감독국장(현 분쟁조정2국장)은 하나은행과 갈등을 빚다가 목포시청으로 파견됐다.

2014년 KB금융지주의 KB사태(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경영진 내분 사태) 때도 현재와 판박이다. 당시 최수현 원장은 KB금융그룹의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연기하거나 중징계 방침을 뒤집는 등의 행동으로 금융권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자진사퇴했다. 당시 사태를 담당했던 구경모 은행감독국장은 이듬해인 2015년, 외부연수 명단에 포함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굵직한 금융사고 이후엔 금감원 책임론으로 이어져 금감원 담당 라인과 금감원장까지 교체되는 수순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융지주가 금감원 인사까지 쥐락펴락하는 비정상적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근본부터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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