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중 갈등의 전장(戰場)으로 떠오른 홍콩

입력 2020-07-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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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실 부연구위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서명하고, 7월 1일 홍콩 주권 반환 23주년을 기점으로 이 법을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이에 미국은 예고했던 대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단계적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이 홍콩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비자 제한, 둘째는 전략물자 수출 규제, 셋째는 중국과 동일한 관세 적용, 넷째는 달러 페그제 및 자본이동 제한을 중심으로 한 금융제재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홍콩의 자치권을 훼손하는 중국 관리들의 비자 제한과 홍콩에 대한 민군(民軍) 이중용도(dual-use) 기술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했다. 최근 미 상하원은 홍콩보안법 제정과 관련된 중국 관료들이 거래하는 금융회사를 제재할 수 있는 금융제재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조치들은 실제적 조치라기보다는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 홍콩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더 강하게 압박을 못 하는 것일까? 이 질문은 중국이 왜 이 시점에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했는지와도 연관된다. 올해는 미국 대선이 예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로서는 타이밍 좋게도 코로나19 확산이 맞물렸다. 대선 승리를 위해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려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금융허브인 홍콩에 대한 강한 보복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으로 베이징은 분명히 판단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중국이 판 함정에 빠진 것 같은 모습이다.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6월 19일 “중국이 홍콩을 선전과 상하이처럼 다룬다면, 미국도 홍콩을 똑같이 다루겠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중국에 대한 협박이 되려면 미국의 강력하고 실제적인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 강력한 조치 없는 폼페이오의 발언은 간파된 공성계(空城計)와 같으며, 미국이 중국의 일국일제(一國一制)를 인정하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이 홍콩 반환 50주년이 되는 2047년까지 짊어진 고민거리를 미국이 나서서 덜어주는 황당한 전술적 오류를 범한 꼴이다.

결국 미국의 강력한 제재조치가 없다면, 홍콩 금융허브 지위의 연속성은 시장이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불만을 품은 홍콩의 일반 시민과 다르게 금융시장은 아직 뚜렷한 반응이 없다. 홍콩보안법이 처음 이슈가 되기 직전인 5월 21일보다 홍콩의 항셍지수는 7월 3일 4.5% 상승했으며 홍콩달러도 지속적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급격한 자금 유출은 없는 것이다. 많은 언론이 싱가포르로의 자금 유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싱가포르의 외화예금 규모는 홍콩의 2~3%에 불과하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최근 중국 기업들이 홍콩시장에 상장하면서 오히려 중국 본토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홍콩엔 호재다. 최근 중국의 대표적 기업인 알리바바, 징둥은 홍콩 주식시장에 복수 상장하였고 바이두도 홍콩 상장을 검토 중이다.

미·중 갈등과 무관하게 홍콩 자체가 가진 경쟁력도 여전히 존재한다. 뉴욕, 런던에 이은 3대 글로벌 금융허브인 홍콩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풍부한 고급 인재, 낮은 세율, 안정적 환율, 외국인이 살기 좋은 생활 여건,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이라는 점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 모두 마이너스 성장하는 가운데 중국은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배후에 둔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 쇠퇴 가능성도 있다. 홍콩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홍콩 기본법 23조에는 홍콩 스스로 보안법을 제정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이번 홍콩보안법의 경우 중국 본토에서 제정했다는 점은 법치에 위배된다. 새로 제정된 홍콩 보안법 44조에서 보안법 관련 사건의 재판관 임명을 행정장관이 하도록 한 것도 사법 독립성을 저해한다. 금융허브의 핵심 조건 중 하나인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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