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미국 에너지 생산·운송 업체 도미니언에너지의 천연가스 사업 부문을 40억 달러(약 4조8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부채까지 포함하면 인수 규모는 1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이번 인수로 버크셔 에너지 부문 자회사가 도미니언의 천연가스 수송관 7700마일과 광대한 저장시설의 소유권을 가지며, 액화천연가스(LPG) 수출입 및 저장 시설의 지분 25%를 보유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버크셔의 첫 인수합병(M&A)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사냥감이 된 셈이다. 버크셔로서는 4년 만의 대형 M&A이기도 하다. 버크셔는 지난 2016년 금속 부품업체 ‘프리시전캐스트파트’를 320억 달러에 인수한 후 침묵을 이어왔다.
버핏은 지난 5월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괜찮은 투자가 나타나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를 두고 버핏의 코끼리 사냥 의지가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이 1370억 달러로 사상 최대에 달하지만 M&A에 나서지 않자 버핏이 판세를 뒤집는 능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심지어 최근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버핏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델타·아메리칸 등 미국 4대 항공주를 전량 매각한 것을 두고 버핏의 감이 떨어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버핏은 골드만삭스·JP모건체이스 등 은행주도 대거 처분했다.
데이비드 카스 메릴랜드대학교 로버트스미스비즈니스스쿨 금융학 교수는 “버핏이 상당한 액수를 기꺼이 투자했다”면서 “괜찮은 투자처가 있으면 돈을 굴릴 의지가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버크셔의 에너지 부문은 발전과 송배전 사업 등을 다루고 있어 이번 인수로 수익원을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버핏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기존의 에너지 사업 부문에 천연가스 사업을 추가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버크셔가 낮은 가격에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지난달 미국 천연가스 선물은 2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이후 소폭 회복된 수준이다. 빌 스미드 스미드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에너지 같은 상품의 가치가 저평가 돼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 합의는 미국 규제 당국의 심사를 거쳐 올해 4분기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