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연동제'가 전기요금 개편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국전력이 애초 상반기에 추진하려던 전기요금 개편을 하반기로 연기하면서 좀 더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한전 이사회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 변동성 확대 등 변화한 여건을 반영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연료비 연동제 도입 가능성을 키웠다.
연료비 연동제는 전기 생산에 쓰이는 석유 등 연료 가격 변동을 요금에 바로 반영하는 제도다. 가스나 지역난방은 이런 요금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정 기간의 평균 연료 가격을 연료비 조정단가에 반영해 그 변동 폭만큼 매달 전기요금이 변하는 것이다. 즉 전기를 만드는 비용이 많이 들어갈 땐 전기요금이 비싸지고 최근처럼 국제유가가 내려간 상태면 전기요금이 싸진다는 의미다.
연료비 연동제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처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기와 유가 하락기에 도입하면 소비자는 전기요금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 유가가 올라가면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연료비 연동제는 이미 2009년 도입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고유가가 지속하면서 한전은 크게 적자를 봤다. 이에 2010년 대통령 업무 보고에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 도입 추진이 논의되는 등 도입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당시 물가 상승 우려가 크다는 이유 등으로 도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기요금이 물가관리 수단 중 하나로 여겨지다보니 변화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 한전 입장에선 유가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전기요금은 사실상 고정돼있는데, 저유가 시기에는 연료비가 감소해 대규모 흑자를 내고, 고유가 시기에는 적자를 내는 일이 반복돼왔다. 실제로 2015~16년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였을 떼는 연간 11조~12조 원의 흑자를, 유가가 60~70달러대였던 2018∼19년에는 2000억∼1조3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료에 에너지 가격을 바로 반영해 조정하면 몇 년 만에 한꺼번에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지 않아도 돼 가격 변동성도 작아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