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농축산물 등 먹거리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재난지원금으로 소고기·돼지고기를 사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금겹살'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서도 돼지고기 도매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소매가격은 올랐지만 유통업체들이 이윤을 줄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과 비교하면 변함이 없는 0.0%를 기록했다. 하지만 농축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6%가 상승했다. 이 때문에 5월 마이너스 물가에서 벗어났다고 분석한다.
품목별로는 돼지고기(16.4%), 국산 쇠고기(10.5%), 고등어(14.5%), 배추(58.1%), 고구마(30.2%), 명태(18.0%) 등의 가격 인상 폭이 컸다.
특히 육류는 가격 변동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정부에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일 열린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가정 내 농축산물 수요 증가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육류 가격을 면밀하게 살피겠다"며 "주요 품목들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겹살의 소비자가격은 재난지원금 사용이 활발했던 5~6월 사이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국산 냉장 삼겹살 100g 가격은 5월 2273원에서 6월 2382원으로 4.8%가 올랐다.
하지만 이 기간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오히려 내려갔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육가공업체가 공급하는 국산 냉장 삼겹살 일반육 평균 가격은 5월 1㎏당 1만8944원에서 6월 들어 1만8081원으로 4.7%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브랜드 냉장 삼겹살 가격도 2만992원에서 2만267원으로 내렸다.
이러한 현상은 일부 소매유통업체들이 수요가 높아진 틈을 타 올라간 돼지고기 소비자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물량은 많아지면서 공급가격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체들이 이윤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은 공급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가격을 내리지 않고 2~3주 시장상황을 살펴본다"며 "공급가격이 계속 떨어지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이기도 하지만 당장 유통마진을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소비위축으로 연결돼 양돈산업이 침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돼지고기 공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양돈농가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돼지 도축마릿수 증가와 수요 감소로 올해 7~12월 돼지고기 1㎏당 평균 도매값은 3952~4320원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평년 같은 기간보다 최대 10.1% 낮은 가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있던 5월을 제외하면 돼지고기 도매값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통업계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소비자가격을 적절하게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