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비우량채 매입 SPV 출범 초읽기, 한은 또 돈만 낼 것인가

입력 2020-07-08 18:23 수정 2020-07-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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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금융 전문기자

3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비우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단기사채를 매입할 특수목적기구(SPV) 설립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가 8일 산업은행에 자회사 형식의 SPV 설립을 승인하면 산은은 이사회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출자를 의결하고, 이후 법인 설립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르면 1주일에서 늦어도 2주일 내엔 설립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SPV 출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시장 불안으로 타격을 받은 기업들에 숨통을 터주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이미 5월 20일 설립이 결정됐지만 국회 추경심사가 늦어지면서 다소 지연된 셈이다. SPV가 설립되면 6개월간 운영 후 시장 안정 여부를 재판단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재원은 10조 원. 한은이 선순위대출로 8조 원을, 산은이 출자 1조 원과 후순위대출 1조 원으로 2조 원을 각각 댄다. 앞서 산은은 정부로부터 1조 원(추경 1조 원)을 출자 받았다.

한은이 이처럼 대출할 수 있는 것은 한은법 제80조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 규정에 근거한다. 이 법은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중략) 영리기업에 여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한은이 특별대출을 실시한 적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래 처음이다. 1997년 12월엔 종금사 업무정지 및 콜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지원을 위해 한국증권금융에 2조 원, 신용관리기금에 1조 원을 대출키로 했고, 실제 대출액은 1조9985억 원이었다. 이 자금은 7개월 후인 1998년 7월 최종 회수됐다.

한은 금통위는 앞서 4월 16일 한은법 제64조 금융기관에 대한 여신업무와, 제80조에 근거해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일반기업과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 자금조달이 크게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비한 특별대출을 의결하기도 했다. 5월 4일부터 10조 원 한도로 시행 중이지만 아직 대출을 받은 곳은 없다.

한은법 64조든 80조든 이 같은 특별대출은 결국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를 거치지 않더라도 한은 금통위원 7명 중 4명만 찬성하면 되니 정부로서는 유혹의 손길을 내밀기 쉽다.

실제, 2016년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 관련 국책은행 지원이란 명분으로 중소기업은행에 지원키로 한 10조 원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발권력 동원 논란이 거세 한은은 대출을 결정하면서도 실제 대출을 시행하지 않았다. 한은 발권력도 따지고 보면 국민의 돈이고, 이 같은 돈을 특정 기업을 위해 쓸 수 없다는 논리였다.

반면, 지금의 발권력 동원이 논란으로까지 번지지 않는 것은 코로나19라는 사상 유례없는 사태의 컨센서스(함의)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금지원도 캐피털콜(Capital call·수요가 있을 경우 투자금 집행) 방식이라 당장 한은 자금 8조 원이 전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한은은 그간 발권력 동원 논란에도 불구하고 특별대출은 물론 출자까지 종종 해왔다. 2015년 안심전환대출을 위한 지급보증 확충을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2000억 원을 출자한 것이 출자의 대표적 예다. 다만, 한은은 그간 돈만 대는 물주 역할만 해왔을 뿐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대출방식이라는 점에서 그럴 공산이 크다.

앞서 한은 내부에서는 돈을 댈 바에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SPV를 한은 내에 두고 한은이 직접 운영하자는 목소리도 나왔었다. 한은은 사실상 SPV의 80% 지분을 대는 대주주다. 한은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통념상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위나 산은은 관련 업무를 많이 해 본 전문가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그간 한은을 완전히 배재해 왔던 전력을 되풀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은도 기회는 있다. 투자를 선별하는 투자관리위원회에서라도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발권력 동원은 불가피했지만, 자칫 손실을 볼 수도 있는 마당에 그 씀씀이 관리는 철저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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