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꼼수 대신 ‘정공법’…기아차 쏘렌토 하이브리드 세제 혜택 포기

입력 2020-07-0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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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재조정 없이 기존 제원으로 정면돌파, 구입 때는 불리해도 보유기간 저공해차 혜택 유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그래픽=이투데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그래픽=이투데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제품 전략에서 정공법을 택했다.

꼼수를 앞세워 차 몇 대를 더 팔기보다, 기업 이미지를 지키는 데 힘쓰겠다는 경영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아차는 9일부터 4세대 신형 쏘렌토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이하 쏘렌토 HEV)의 계약을 재개한다.

지난 2월 HEV 연비 기준 미달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전계약에 나섰다가 서둘러 계약을 중단한 신차다.

이후 관련 모델에 대해 "공인연비를 소폭(0.5km/ℓ)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기아차는 결국 애초 발표했던 공인연비를 고수하면서 재계약에 착수했다. 연비를 소폭 끌어올리는 꼼수 대신, 한 번의 실수를 받아들이고 기업 이미지를 유지하는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친환경 하이브리드차는 구입단계와 유지 부문에서 다양한 세제 혜택이 있다.

배기량에 따라 △1000~1600cc 미만은 1리터당 15.8km △1600~2000cc 미만은 1리터당 14.1km의 연비를 충족하면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인정된다.

이 차들은 구입 단계에서 △개별소비세 100만 원 △교육세 30만 원 △부가가치세 13만 원(개별소비세+교육세의 10%) 등 최대 143만 원을 감면받을 수 있다.

쏘렌토 가솔린 HEV 역시 이를 노리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추가했으나 정착 친환경차로 인정받지 못했다. 배기량 1598cc인 쏘렌토 HEV의 공인연비(15.3km)가 정부가 정한 기준(15.8km)에 못 미친 탓이다.

결국, 뒤늦게 이를 확인한 기아차는 지난 2월 사전계약 첫날 서둘러 계약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디젤 모델만 출시됐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공차 중량 감소 및 타이어 사이즈 변경 등을 통해 연비 0.5km를 끌어올리고 재인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기아차 쏘렌토 가솔린 1.6T 하이브리드.   (사진제공=기아차)
▲기아차 쏘렌토 가솔린 1.6T 하이브리드. (사진제공=기아차)

그러나 기아차는 이미 한번 발표한 정부 공인연비를 편법으로 수정하지 않았다.

구입 단계에서 고객 부담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이를 신차 가격조정으로 해결하고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앞서 2018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때에도 정의선 부회장은 증여세를 아낄 수 있는 지주사 전환 대신, 지배 회사 형태를 추진하면서 1조 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모두 납부하기로 걸정한 바 있다.

편법 대신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처음 차를 살 때 불리하지만, 유지 과정에서 친환경차(저공해차) 혜택은 누릴 수 있다.

저공해 제2종으로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충족한 만큼, 공영주차장(수도권 기준) 및 전국 14개 △공항주차장 요금 50% 감면 △혼잡통행료 면제(지방자치단체별 상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쏘렌토 HEV는 최고출력 180마력을 내는 직렬 4기통 1.6 터보를 기반으로 44.2kW급 전기모터를 더해 시스템 출력 230마력을 낸다.

기아차는 "쏘렌토 HEV가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가격을 불가피하게 조정했으나,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고 더욱 많은 고객들이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번 쏘렌토 HEV 출시와 관련해 "연비를 소폭 끌어올리는 꼼수 대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정공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하고 "당장 차 몇 대를 더 팔기보다 불법 또는 편법경영을 근절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쏘렌토 HEV의 가격은 트림 별로 △프레스티지 3534만 원 △노블레스 3809만 원 △시그니처 4074만 원 △그래비티 4162만 원이다. 모두 개별소비세 3.5%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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