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1%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GDP 통계 작성 후 사상 세 번째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셈이다. IMF는 “코로나 19 재확산, 실직 장기화, 금융 여건 악화 등 팬데믹 관련 위험뿐 아니라 미중 간 긴장 고조, 산유국 국가 간 갈등, 사회적 불안 등으로 경제활동의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가 전망치를 2.4%에서 0.1%로 대폭 낮췄지만 틈이 크다. 생각보다 더 큰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통상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경고와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은 동행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자동차, 정유, 화학, 철강 등 한국의 대들보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가 쏟아진다. 한국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앞으로 1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는 경고음도 여러 신용평가회사와 국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나 끝나지 않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 침체가 가속하면서 교역량 자체가 위축되고 수출이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내수까지 바닥이다. 그나마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지 않고 버티는 데는 주력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덕분이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가 살기 위해 해야 할 답은 나와 있다. 기업들의 기를 살려주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바로 규제를 푸는 일이다.
“디지털 경제가 활성화되면 기존 산업에 맞춰진 규제에 부딪히게 된다. 정부가 지금 규제 혁신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지만, 더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월 데이터·인공지능(AI) 전문기업 더존비즈온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축인 ‘디지털 뉴딜’을 가속하기 위해 규제 개혁 속도를 높이라는 주문이다. 심각한 경제 현실 앞에서 청와대도 더는 번기업 정서와 규제만 고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전국 73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은 ‘제21대 국회의원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을 통해 “경제 발목 잡는 법안만 쏟아내는 국회는 되지 말아 달라”며 간곡한 부탁을 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엇박자를 내고 있고, 제 밥그릇 찾기에만 안간힘이다. 겉으로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면서도 21대 국회는 기업 발목 잡을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대 국회에서 공정경제 입법을 완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기업구조는 개별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약화한다”며 “법 개정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제정의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각각 대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과 대기업 감시와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 여당은 이 법안들을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다.
노조법 개정안은 또 어떤가.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입법안이 일방적으로 노조의 힘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서, 가뜩이나 대립적인 노사 간 갈등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이 “정치 파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 의견서를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를 딛고 한국 경제가 다시 반등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가 기업과 경제에 더는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갖가지 명분으로 기업을 옥죄고 있는 새로운 규제와 입법으로 기업의 숨통을 끊으려 한다면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기 어렵다.
외풍이 셀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를 내부 체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km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