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누가 검찰을 흔드나

입력 2020-07-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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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사회경제부장

“흔드는 것이 어딥니까.”

2019년 5월 16일.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퇴임을 한 달 앞두고 열린 마지막 기자간담회 도중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2시간 동안 줄곧 앉아 있던 그는 입고 있던 양복 재킷을 벗더니 오른손에 쥐고 흔들었다.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이 뜨거운 감자일 때 “검찰이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았느냐(정치적 중립을 잃었기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 보인 제스처다.

문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옷을 보고 말하면 안 된다”며 “외부에서 흔들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있고, 어떤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흔들릴 때 어느 부분에서 시작하는지를 잘 봐야 한다. 옷을 보는 게 아니다”고 했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잘못한 게 있으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란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7년 전 외압 폭로와 함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을 남긴 윤 총장은 검찰총장이 된 이후에도 ‘마이웨이’를 걸었다.

그의 철학은 변함이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시절 수사 기조도 이어갔다. 더욱 단단해진 검사동일체는 ‘윤석열 검찰’의 동력이 됐다.

균열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 사건 때부터 시작됐다.

이전의 나비효과를 꼽으라면 윤 총장 취임 직후 이뤄진 7월 인사였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을 비롯한 특수통 검사들이 모든 요직에 앉았다. 당시 대검찰청 부장검사(검사장)는 ‘윤석열 사단’으로 채워졌다. 사석에서 호형호제할 정도로 각별한 검사장들도 있었다. 특수부 출신들의 약진은 다수인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소외감을 자극했다.

윤석열 사단은 조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 일가와 여권 인사들까지 광범위하게 수사망을 펼쳤다.

더불어 울산시장 선거 개입,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성역 없는 수사를 벌였다. 청와대를 상대로 수차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이쯤 되니 여권에선 ‘가만둘 수 없다’, ‘정치 검찰 응징하자’ 등 강경 발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임기 2년이 보장된 윤 총장을 향해 “물러나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여권의 공격은 채널A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정점을 찍었다. 검언유착 사건은 채널A 기자가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라고 협박한 의혹이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벌어지자 여당은 노골적으로 ‘윤석열 찍어내기’를 시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헌정 사상 두 번째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선봉에 섰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중단과 수사 독립성 보장을 지시했다.

검찰총장은 모든 검찰 수사의 지휘권을 갖는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이를 박탈한 것으로,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검찰총장에서 물러나라는 뜻으로 읽혔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 1주일 만에 사실상 이를 수용했다.

수사지휘에 따르겠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 발생”이라고 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즉시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의 지휘권은 사라졌다는 의미다.

윤 총장의 결정은 검찰 내부를 요동치게 하였다. 수사지휘권 수용은 윤 총장이 측근 감싸기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는 비판과 수사 독립성 유지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장고 끝에 악수라는 실망감이 더해졌다.

검찰은 권력에 있어 가장 탐스러운 열매다. 어떤 정권도 검찰의 정치적인 중립을 보장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검찰은 언제나 외풍에 시달렸다. 검찰총장이 어떻게 현명하게 막아내는지, 독립성에 대한 내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강도가 다르게 보였을 뿐이다.

검찰총장은 큰바람을 막고 비껴가기도 할 넓고 유연한 우산을 펼칠 필요가 있다. 모순된 판단과 행위로 검찰 스스로도 외풍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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