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진애틀랜틱항공은 이날 주주 및 채권단과 15억 달러(약 1조8024억 원) 규모의 자구안에 합의했다. 버진애틀랜틱항공은 미국 데이비드슨켐프너캐피털매니지먼트로부터 2억1300만 달러의 담보 대출을 받고, 모회사인 버진그룹에서 2억5000만 달러를 투자받기로 했다. 이에 브랜슨이 앞서 요청했던 영국 정부의 지원은 필요 없게 됐다.
버진애틀랜틱항공은 브랜슨의 버진그룹과 미국 델타항공이 지분 51%,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으로 빈사 위기에 처했다. 각국이 여행제한 조치 등을 꺼내 들면서 항공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2분기 운항편 수는 전년 대비 98%나 줄었다. 경영난이 심해지자 회사는 개트윅 거점 폐쇄와 3500명 이상의 인력 감축 등으로 생존에 안간힘을 썼다.
브랜슨 회장은 버진그룹이 지분 10%를 보유한 호주 2위 항공사 버진오스트레일리아까지 4월 자발적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항공사업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영국 정부에 최대 5억 파운드의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심지어 개인 소유의 카리브해 섬을 담보로 내놓기도 했다. 5월에는 레저 및 여행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 우주탐사 기업 버진갤럭틱 지분까지 매각했다. 버진갤럭틱 지분 10%를 매각해 확보한 자금의 일부는 버진애틀랜틱항공에 투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샤이 웨이스 버진애틀랜틱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주주와 채권단, 투자자의 지원에 깊이 감사한다”며 “건전한 재무건전성으로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는 항공사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인력 및 보유 항공기 감축 등을 통해 2022년까지 흑자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자금 수혈은 버진애틀랜틱항공의 파산을 막는 동시에, 버진그룹의 위기 극복 노력에도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다만 항공 수요의 정상화를 쉽게 전망할 수 없는 만큼 어려운 경영 환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