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판결은 이 지사 스스로 ‘단두대’라고 부를 만큼 정치생명의 최대 위기였다. 당선무효형을 받는다면 당장 경기도지사직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향후 정치적 행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30억 원이 넘는 경기도지사 선거 보전비용도 반납해야 해 경제적으로 파산 선고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 정치지형에도 영향이 컸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사퇴한 데 이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상황에서 경기도까지 재보궐 선거를 치른다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이 지사는 강력한 대권 후보로서의 입지가 더욱 굳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사는 이미 각종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의원에 이어 부동의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일 발표된 한길리서치의 범여권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20%대에 진입하면서 이 의원과의 격차를 한 자릿수로 좁히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여권의 대권 구도가 ‘이낙연-이재명’의 투톱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지사는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오늘의 결과는 제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라는 여러분의 명령임을 잊지 않겠다”며 “공정한 세상, 함께 사는 ‘대동세상’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가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의지를 담은 ‘출사표’로 읽힌다는 반응도 나왔다.
최근 악재가 잇따랐던 민주당은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거가 끝나면 수백 건의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결국은 국민의 손에 선출된 공직자가 검찰과 법원의 결정에 목을 메는 이런 자해정치의 악순환은 반드시 끊어야 하고, 이번 판결이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부겸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천만다행”이라며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오늘 판결이 법과 법관의 양심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인지 여전히 의문”이라며 “비록 사법부는 이 지사에게, 법리적으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유죄”라며. 도민과 국민에게 남긴 상처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