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의 오! 마이 마켓] 모두가 알아야 할 가격에 대한 기본 상식

입력 2020-07-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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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교육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학생들은 대학 등록금 인하 주장을 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전세나 월세를 통제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며, 세금 폭탄을 유발하는 공시지가의 상승은 매년 상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등록금, 전세, 월세, 임대료, 심지어 세금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들 개념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치 평가 혹은 가격 책정과 관련되어 있다. 가격과 관련된 최근 일부의 논란은 가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부족과 단편적 시각을 무리하게 적용한 결과로 보인다.

일단 소비자가 가격을 치르고 손에 쥔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 자체로 소비자가 기대한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형태나 결과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입했으면 핸들이 달려 나와야 하고 브레이크가 작동되어야 한다. 이들 장비나 기능이 개별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옵션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마찬가지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경우 기기와 서비스를 합친 총액이 고객의 선택 대상이 되어야 함에도 이를 개별 항목으로 분리하여 기기에 대한 보조금을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는 상관행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 정부가 간섭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종합부동산세, 종합소득세 등은 이미 값을 치른 후 다시 추가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가격의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통상적으로 비용과 이윤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격을 낮추려면 비용을 절감하거나 이윤을 낮추어야 한다. 그런데 이윤의 일부는 사업자가 부담한 위험에 대한 보상으로 볼 수 있으며, 사업 위험이 증가하면 이윤을 높이 잡고 그렇지 않으면 낮게 잡는 것이 통상적이다. 혁신적인 신제품의 경우 그 판매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높은 이윤이 책정되고 가격이 대체로 높다. 반대로 판매 부진의 가능성이 없다면 위험도 없으며, 따라서 배급이 이루어지는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이윤을 붙이지 않는다. 임대료, 전세, 월세가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에 따른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 주요 원인은 다름 아니라 일관되지 못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정부 정책이라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한 비용을 낮추는 것도 가격을 낮추는 방법인데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규제, 예를 들어 용적률 제한과 의무 임대 주택비율의 유지, 각종 세금 등은 모두 재개발의 비용을 상승시키며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가격을 매기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점을 무시하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되며, 생산관리적 관점에서는 생산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 그리고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자신이 평가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효용성을 화폐 단위로 표시한 것이 가격이 된다. 이런 면에서 소위 전문가 몇 명이 가치를 평가하는 공시지가는 별로 근거가 없는 산정방식이다. 우선 거래가 실종된 지역이 많은데 위치, 용도 간 차이를 반영할 만한 정밀한 정보가 충분히 있을 리 없다. 둘째, 부동산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데 무슨 수로 이를 사전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셋째, 모든 정보가 공개된 기업의 주식도 1년 동안 변동이 큰데 왜 공시지가는 1년 동안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하는지도 알 길이 없다. 한마디로 고도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 공시지가이고, 시장가격을 100% 반영해야 한다거나 집을 처분해야 할 만큼 어마어마한 세금을 부과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비전문적 시각이다.

가격을 제한하면 번영은 없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가격을 포함하여 마케팅 변수들의 차별화는 공생 더 나아가 상생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같은 가격대에서 모두가 경쟁한다면 경쟁은 격화될 것이고 그 누구도 필요한 이윤을 확보할 수 없다. 반대로 다른 서비스 수준, 다른 상품 구색, 다른 고객층을 공략하는 사업체가 존재할 때 서로 경쟁을 피해 적정 이윤을 확보할 수 있으며 다수의 사업체가 공생할 수 있다. 이런 차별화가 가능하려면 가격 책정의 자유가 사업자에게 있어야 한다. 임대료나 전세, 월세가 고정된다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시설 개선이나 대규모 개발의 동기는 사라진다. 영국, 미국 등의 일부 지역에서의 임대료 규제는 임대주택의 슬럼화를 가져온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건물, 제품, 서비스를 창출하더라도 기존의 가격밖에 받을 수 없다면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을 감행할 벤처사업가가 존재할 리 없다.

최근 가격책정 분야에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아주 세밀한 조건을 감안하여 개별적인 고객에게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역동적 가격책정 방식이 대세를 이룬다. 지금은 사라진 타다가 일찍이 우버가 개발한 역동적 가격책정 방식을 채택한 바 있다. 비 오는 날, 출근시간에, 합승이 아닌 단독으로 외진 곳으로 가는 손님에게 선선한 날, 오후에, 합승을 하여 많은 손님이 기다리는 곳으로 행선지를 정한 손님보다 높은 가격이 제시되는 것은 손님이나 사업자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시장 참여자의 자유를 먼저 존중하지 않는 혁신은 말잔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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