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배동욱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물러나야

입력 2020-07-2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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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IT중소기업부장

배동욱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평창에서 ‘소상공인연합회 교육·정책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때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회원이 저녁 시간 동안 걸그룹을 초청해 함께 춤을 추고 술을 마신 일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워크숍을 강행한 데다 국가 보조금을 전용해 워크숍 관련 비용을 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제가 확산되자 배 회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문제가 제기된 이후 17일 만이다. 하지만 배 회장은 머리만 숙였을 뿐 소신 있게 남아 있는 임기는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가 차다. 실제 배 회장의 사과에도 소상공인들의 비판은 거세다. 소상공인연합회 내외부에서 배 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단 주장이 격화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가스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 대한숙박업중앙회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소상공인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통해 “배 회장의 사퇴만이 작금의 처참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목소리를 내놨다. 또한 소상공인연합회 노동조합도 이번 워크숍 사태와 관련, 연합회의 신뢰가 무너져 당장 내년 예산 삭감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 집행부에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의 현실은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와중에 춤판이라니. 당연히 비판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춤판을 벌이는 것이 물러날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공연을 주 수입원으로 생활하는 소상공인 연예인 그룹 역시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는 차원이 다르다. 소상공인연합회 노조 등에 따르면 배 회장의 아내와 딸이 함께 운영한다는 꽃가게에 소상공인연합회의 주문이 몰렸다고 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매년 약 1500만원어치의 화환이나 꽃다발을 소비하고 있다.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단체에 걸맞게 축하나 조의를 표할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엔 화환이나 꽃다발을 연합회 회원사인 한국화원협회나 한국플로리스트협회에 주문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배 회장이 취임하고 나선 달라졌다. 6월에만 8만5000원짜리 동양난, 축하화환 등 22차례 주문이 러브플라워마켓이라는 업체 한 곳으로 집중됐다. 금액만 총 213만5000원어치에 달한다. 노조에 따르면 이 업체 주인은 배 회장의 아내가, 운영은 딸이 아내와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연합회 내부에서도 말이 나올 것을 우려해 주문 물량의 절반은 기존대로 회원사를 통해 할 것을 권했지만 배 회장은 듣지 않았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더욱 기가 막힌 건 이와 관련해 내놓은 배 회장의 해명 때문이다. 바로 “아내와 딸도 소상공인연합회 회원이다”라는 것. 이게 과연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의 입에서 나올 이야기인가. 재벌들이 자기네 친족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말과 하나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이 정도의 문제 인식을 가진 이가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회장이라니 참담할 뿐이다.

배 회장은 이제라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냐야 한다. 그리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역시 이와 관련해 강력한 지도 점검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있다면 강력한 처벌 역시 내려야 한다.

코로나19가 쉽사리 잡히지 않을 기세다. 당연히 소상공인들의 삶은 안갯속일 수밖에 없다.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임대료마저 올라갈 기세다. 이달 월세를 어떻게 낼지 전전긍긍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배 회장은 어떤 모습일지 눈에 선하다. 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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