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이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잇따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의회 등 5개 경제단체가 19일 법무부에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경제계 공동 의견서'를 제출한 데 이어 20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따로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경제단체들은 두 개정안에 대해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부작용 등이 큰 만큼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 상법 개정안…"투기자본 경영 위협 수단 남용 우려" = 우선 상법 개정안에 대해 경총 등 5개 단체는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서 선임하는 개정안은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도 주식회사의 기본 규칙에 어긋나며 투기펀드의 머니게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대안으로 올해 시행하는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지켜보거나,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들의 투명성에 대한 실증조사를 한 뒤 재논의해달라고 제안했다.
감사위원과 감사를 선임할 때 합산 3% 룰 적용을 일원화하는 내용의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에도 반대했다. 기업이 감사위원의 수를 전체적으로 줄이거나 감사위원회 제도에서 상근감사제도로 전환하는 등 ‘규제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중대표소송제도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전했다. 상장 모회사의 소수주주권 요건을 토대로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위협소송 등이 가능해져 경영권 침탈이나 단기차익 실현 목적의 투기자본 등에 의해 기업압박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50% 초과'로 된 소송제기요건을 '지분율 99% 초과'로 높이는 대안을 제시했다.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의 선택적 운용 명문화도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상황이 아님에도 부정한 목적으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 공정거래법 개정안…"투자 위축, 역차별 우려" = 공정거래법에 대해서도 기업의 투자, 일자리 창출 저해 등으로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확대하면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거래효율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규제 순응을 위해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하는 경우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한다는 시그널로 인식되어 주가가 하락하고 그로 인해 소수 주주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최근 기업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지분율을 높여온 지주회사들이 오히려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의 관계자는 “현행 지주회사 제도는 기업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제도도입 및 지분율 상향을 유도해 왔는데 정책에 순응하여 자회사 지분율을 높인 회사가 오히려 규제를 받는 정책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주회사에 속한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서는 내부거래 규제의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도 5개 경제 단체는 “전속고발권 폐지 시 경쟁 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 공정위ㆍ검찰의 중복조사 등으로 적지 않은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법적 대응 능력이 미흡한 중소기업에 이번 개정은 상당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지주회사에 대해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지분율을 높인 것에 대해서도 “일반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지분매입 비용 증가하기 때문에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그간 정부의 지주회사 전환 유도 정책과도 배치되어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에 대해 상의는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순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법인 보유 주식에는 우호주주기능이 사라져 기업이 이 법인에 출연할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쟁제한행위를 담합으로 처벌하고, 정보교환행위가 있으면 담합에 합의한 것으로 추정하는 개정안에 대해서도 상의 측은 기업이 실제 담합의도가 없는 정보교환의 경우까지 처벌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