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금융세제 개편에 빠져 있는 다섯가지

입력 2020-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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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지금 우리 경제에는 돈이 넘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광의통화량(M2)은 3018조6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3000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한 달 새 34조 원(1.1%)이 늘며 월 증가폭도 최대치를 기록했다. M1(협의통화)의 경우도 같은 달 1012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 시중 유동성이 매우 풍부한 상황이다.

문제는 돈이 풀려도 돌지 않고 고여 있다는 점이다. 시중의 유동성이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지도록 해야 실물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데, 현재는 부동산 시장이 블랙홀처럼 자금을 빨아들이는 중이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중 유동성이 금융을 통해 투자로 이어지도록 유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이 필요한 동시에 적확한 금융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지난달 25일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은 모든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하나로 묶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을 신설하고, 과세 합리화를 위해 손익통산 및 손실이월공제 등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인 투자로 유입시키는 ‘생산적 금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저금리·저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간 시중에 풍부하게 풀린 유동성이 유독 부동산시장으로만 과도하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면 실물경제 투자의 물꼬를 트고 대한민국의 ‘혁신성장’을 추동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이번 금융세제 개편안이 바람직한 효과를 내려면 적어도 다섯 가지 미비점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첫째, 증권거래세 폐지다. 현행 증권거래세 과세방식은 소득이 아닌 거래행위에 대해 이뤄져,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원칙에 위배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3년부터 국내 상장 주식으로 2000만 원 넘게 수익을 낸 개인투자자들에게 20%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양도소득세를 전면 확대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증권거래세 폐지 언급은 없었다. 정부가 세수 중립적으로 양도소득세 증가분만큼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할 수밖에 없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증권거래세 폐지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이중과세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양도소득세 전면 확대에 앞서 증권거래세 폐지 일정을 수립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었다.

둘째,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다. 개편안은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내용을 담지 않았다. 국내 주식 투자는 단기 투자가 많아 주식 투자가 기업의 자본 형성과 생산적 투자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장기 투자를 통해 기업의 성장과 재투자를 견인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펀드 투자에 대한 기본공제다. 주식과 펀드는 투자의 실질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개편안에 따르면, 주식의 직접투자 수익에 대해서는 2000만 원까지 비과세하는 반면, 펀드투자 수익에 대해서는 전액 과세하게 돼 불합리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직접투자보다 전문가 등이 운용하는 펀드 등 간접투자를 유도하고 활성화하는 정책 방향과도 모순된다. 개인의 직접투자뿐만 아니라, 펀드투자에 대해서도 기본공제가 적용되어야, 장기 투자가 늘어나고 직·간접 투자가 균형적으로 이뤄져 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손실이월공제 기간이다. 손실이월공제는 과세기간의 결손금을 이월공제하는 제도다. 올해 이익이 났더라도 전년도에 손실이 났다면 그만큼을 빼고 과세하는 것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3년간 손실에 대해서만 혜택이 있다. 주식시장은 파동이 크기 때문에 3년의 공제기간은 짧다. 5년 이상으로 공제기간을 확대해야 실질적 혜택과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다섯째, 양도소득세에 대한 원천징수 방식이다. 개편안은 투자수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개인별로 매월 원천징수하고, 환급분에 대해서는 다음 해 5월 정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 투자수익이 발생한 달에 원천징수한 뒤 그다음 달 손실이 발생해 비과세되는 경우, 그 원천징수분은 다음 해 5월에야 환급 신청을 통해 받아야 하는 불합리와 불편이 발생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자금의 일부를 1년 넘게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자금운용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투자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징수방식은 장기 투자 유인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조만간 발표를 앞두고 있는 금융세제 개편안은 우리 경제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시장으로 쏠린 거대한 자본을 실물 부문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유용한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다. 다만 정책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내려면 이러한 점들이 금융세제 개편에서 보완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신뢰하고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 인프라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으로 쏠린 ‘투기 자금’을 기업의 생산을 위한 ‘투자 자본’으로 이끌 수 있다. 우리 경제가 다시 역동성과 활기를 되찾기 위한 ‘생산적 금융’의 첫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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