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 홍콩증권거래소는 ‘항셍테크지수’를 27일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51년 역사의 홍콩거래소 벤치마크 지수인 ‘항셍지수’에 이어 기술주로만 구성된 새 지수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지수는 홍콩에 상장된 163개 기술기업 중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30개 대형주만 따로 추려서 추종한다.
항셍테크지수의 출범 소식은 같은 날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회사인 앤트그룹이 홍콩과 중국 상하이 동시 상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앤트그룹은 이날 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과 홍콩거래소에 동시 상장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민간 기업이 두 개 거래소에 동시 상장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앤트그룹은 정확한 기업공개(IPO)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올해 말로 예상된다.
마윈이 창립한 앤트그룹은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핀테크 기업으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앤트의 기업가치가 현재 2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앤트그룹의 상장이 성사되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어가 되는 셈이다.
CNN은 항셍테크지수 출범에 대해 “미·중 사이에 끼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지위가 약화한 홍콩이 중국 기술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 관문을 자처하며 위상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 이후 미국이 대중국 제재에 나서면서 홍콩 시장에 잿빛 전망이 드리웠다. 글로벌 자본의 이탈로 홍콩의 금융 허브 위상도 흔들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게 홍콩에는 되레 호재가 됐다. 미국 증시 상장이 까다로워지자 중국 기업들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 대신 상하이와 홍콩 증시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반사익을 보게 된 것이다.
2014년 나스닥에 상장한 알리바바, 넷이즈, JD닷컴 등 중국 기업들이 올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했고, 중국 최대 위탁생산 업체 SMIC는 16일 상하이증시에 상장했다. 이어 앤트그룹은 연내에 홍콩과 상하이 양쪽에 상장키로 한 것이다.
이에 상하이판 나스닥인 커촹반은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며 나스닥과 규모 격차를 좁히게 됐고, 홍콩거래소도 중국 주요 기술기업의 상장에 힘입어 주춤했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HSI의 대니얼 웡 애널리스트는 “홍콩증시에서 기술 부문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면서 “항셍테크지수 출범으로 더 많은 기술 기업들이 홍콩에 상장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