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로 표현되는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에 정부가 국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증권거래세 인하 시기를 앞당기되, 과세대상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추세적으로 세입기반이 악화하는 추세에 더해 추가적인 세수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22일 발표한 ‘2020년 세법 개정안’에서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되, 국내 상장주식과 공모 주식형펀드에 통합 5000만 원의 기본공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5년간 이월공제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안’과 비교해선 과세대상을 대폭 축소했다. 당시 정부는 국내 상장주식에 2000만 원의 기본공제를 적용하되, 펀드 등 기타금융소득에 250만 원을 공제한다고 밝혔다. 이월공제 기간은 3년으로 정했다. 이번 공제금액·대상 수정으로 과세인원은 30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줄게 됐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증권거래세 1차 인하(0.02%포인트(P)) 시기를 내년으로 1년 앞당겼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가 금융세제 개편안을 발표하고 ‘동학개미 과세’라는 비판이 들끓자 정부는 “투자자의 95% 수준인 대부분 소액 투자자는 세부담이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투자가 침체될 조짐까지 보이자 정부는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급하게 개편안을 마련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를 지원하고, 저금리 상황에서 국민의 금융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조기 인하하고, 기본공제를 상향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호소했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금융투자소득이라는 과세체계가 우리나라 소득세 과세 역사상 처음 시작되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이유로 상장주식 과세를 전면 도입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 도입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과세대상 축소 및 이월공제 확대로 세수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애초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가 걷히는 만큼 증권거래세를 내리는 세수 중립을 원칙으로 개편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과세대상이 줄면서 향후 5년간(순액법, 전년대비) 증권거래세 수입은 2조4000억 원 줄지만, 금융투자소득세는 1조5000억 원 느는 데 그칠 전망이다. 9000억 원 수준의 ‘세수 펑크’다.
이런 이유로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기본공제 금액을 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물론, 자본소득인 이자·배당소득에 대해서도 과도한 혜택”이라며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에서 기본공제를 폐지하고, 현재 20%인 세율을 낮추거나 애초대로 기본공제 2000만 원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세법 개정안에선 소득세 최고세율이 42%에서 45%로 오르는데, 공교롭게 소득세 인상에 따른 향후 5년간 세수 증가분은 9000억 원 증가로 증권거래세 감소분과 같다.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덜 걷은 세금을 고소득자들로부터 더 걷어 메우는 모양이 됐다.
다만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를 고려해 소득세를 인상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관련 질문에 임 실장은 “(질문을 듣고) 지금 알았다”며 “전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고, 그렇게 말하니 우연인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