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본부,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수상작 발표…"코로나에 지친 아들에게…"

입력 2020-07-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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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식당 창업에 나섰지만 코로나19로 고전하고 있는 아들에게 꿈을 잃지 말라는 아버지의 편지가 ‘2020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주인공은 수원에 사는 선희석(55)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초·중고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2020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을 개최했다. 일반부 대상을 차지한 희석 씨 외에도 초등부는 손영훈, 이민서 어린이, 중등부는 윤정인 양, 고등부는 조예은 양이 각각 대상을 차지했다.

이번 공모전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가족, 이웃, 의료진에게 응원과 위로의 편지쓰기‘#힘내라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렸다.

일반부 대상 수상자인 희석 씨는 편지글에서 청년창업을 통해 어렵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꿈을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길이 보인다”는 말과 함께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공모전에서 예선과 본선 심사를 거쳐 수상작 40작품(대상 5점, 금상 5점, 은상 10점, 동상 10점, 장려상 10점)을 선정했다. 수상 결과는 23일부터 2020 대한민국 편지쓰기 공모전 홈페이지,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발표한다. 시상식은 11월에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하며, 수상자들에게는 별도 통보할 예정이다.

다음은 편지글 전문.

<사랑하는 나의 아들 보렴>

"사랑하는 나의 아들 윤호 보렴.

며칠 전 장사하느라 늘 시간에 쫒기며 끼니도 제때 챙기지 못하는 너에게 간식이라도 전해줄까 하는 마음에 네 가게로 향하던 길에서 우연히 가게 앞에 나와 있던 널 본적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가 네 이름을 부를까 하다가 근심이 가득 찬 얼굴로 가게 바로 옆 초등학교에 코로나19로 굳게 닫힌 교문을 바라보던 그늘진 네 모습을 발견하고는 착잡한 마음이 들어 변변한 위로의 말도 건네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온 날이 있었어.

없는 살림에 대출까지 받아 가면서 친구들보다 빨리 경제적 자립을 해보겠다던 작은 포부를 가지고 시작된 네 장사가 코로나19라는 생각지도 않았던 복병을 만나 고전하게 될 줄은 미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다니던 학교까지 접고서 장사를 해보겠다던 그때의 너를 왜 말리지 못했나 하는 자책감에 시달리며 아빠는 요즘 들어 부쩍 잠을 설치곤 한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는 마음이야 어디 네 마음만 하겠냐마는 아빠 역시 이 길고 긴 총성 없는 전쟁이 언제쯤이나 끝이 날까 하는 생각에 애간장이 타들어 가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구나.

그동안은 틈만 나면 직장동료나 지인들에게 청년창업을 통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아들 자랑하는 기쁨으로 일상의 피곤함을 날려 버리곤 했었단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시간까지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좁은 주방 안을 오가며 온종일 가스 불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던 널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대견한 마음에 걱정을 털기도 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모두의 시계가 잠시 멈춰 선 것만 같아 못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뿐이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마냥 주저앉아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니?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온 나라 온 국민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우리가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의 지혜를 모을 때라고 생각한다.

아빠는 오늘, 기약도 없는 지금의 길고 긴 불황 탓에 실의에 빠져있을지도 모를 너에게 “꿈을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길이 보인다.”는 말과 함께 먼 후일 오늘 너의 수고가 어떤 결과로 남든지 간에 결과에 미리 연연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아들! 문득 몇 해 전 해군에 입대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 입영 열차에 오르던 더벅머리 네 모습이 떠올라 살며시 미소 짓게 되는 밤이구나. 까까머리 훈련병 머리를 하고 진해 해군 연병장에 펄럭이던 대형 태극기 아래 늠름하게 도열해 있던 씩씩하고 자랑스러운 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군대에 보내놓고 걱정스런 마음에 때로는 널 생각하며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고, 밤이 새는 줄도 모른 채 써 내려가던 위문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내려갔던 아빠에게는 잊지 못할 가슴 벅찬 시간이었지. 살아가는 것이 지치고 힘들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던 사람이 바로 너였음을 기억해주렴.

20년 전 네 엄마를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고 가정형편 탓에 아직껏 서로 떨어져 살고 있지만 네가 언제나 아빠의 희망이자 살아가는 이유가 돼 주었듯이 지치고 힘겨운 날에 아빠가 너의 희망으로 자리 할 수 있도록 얼마 남지 않은 아빠의 공직생활에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마. 늦은 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스치는 소리에 저 멀리 창밖을 내다본다. 애써 가슴에 숨겨 두었던 너의 봄날들이 행여 다칠세라 살며시 꺼내보다가 너와 내가 처음 만난 그 날을 다시 떠올려 본다. 1995년 2월 2일!

무심코 툭툭 내뱉었던 말들이 새하얀 배꽃으로 다시 태어나 허공에 흩날리던 겨울날! 새하얀 눈송이가 하염없이 쌓여가듯 나지막한 너의 심장소리가 내 귓전에 맴돌던 그 하얀 겨울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구나.

윤호! 언제나 자랑스러운 나의 아들아! 오늘도 나의 꿈 안에서, 나의 봄 안에서 가득한 너를 만나고 싶다. 용기 잃지 말고 힘내자! 파이팅!

P.S. 지금 너의 두려움을 하루 빨리 벗어 던지고, 마스크 속에 가려져 있는 밝고 환환 너의 미소를 하루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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