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이력을 두고 '사상검증' 실랑이가 벌어졌다.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인영 후보자를 '주체사상 신봉자'라고 몰아붙였고, 이 후보자는 태 의원을 향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응수했다.
태영호 의원은 자신과 이인영 후보자의 인생에 유사점이 있다며 "우리 둘 다 주체사상 신봉자였다는 삶의 궤적이 있다"고 한 뒤 "나와는 달리 이 후보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상전향을 했는지 찾지 못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태영호 의원은 이인영 후보자를 향해 "언제 어디서 주체사상을 버렸느냐,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는 공개선언을 했느냐"고 질문했다.
질문을 받은 이인영 후보자는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건 아무리 청문위원의 질문이어도 온당하지 않다"라고 응수했다. 이인영 후보자는 "북한에선 사상전향을 명시적으로 강요하는지 모르겠지만, 남한의 민주주의 발전수준에선 강요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사상전향 여부를 묻는 것은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태영호 의원은 "국민 앞에서 주체사상을 버렸다고 할 수 있느냐, 아직도 주체사상 신봉자인지 아닌지 밝히는 것이 무엇이 어렵나"라며 재차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이에 이인영 후보자는 "과거에도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 의원이 저에게 사상전환을 끊임없이 추궁하거나, 착각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태영호 의원 외에도 통합당 의원들은 이인영 후보자의 전대협 이력을 지속적으로 파고들었다. 박진 통합당 의원은 이인영 후보자가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시절 전대협 의장으로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의 제시하며 이 후보자의 입장을 물었다. 이에 이인영 후보자는 "제가 작성한 게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 제가 읽은 내용일 수는 있지만 동의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태영호 의원과 이인영 후보자의 질의응답이 격화되자 여야 의원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김영호 의원), "천박한 사상검증 대상이 아니다"(윤건영 의원)라며 태영호 의원에게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에 통합당 의원들은 "사상을 묻는 건 자연스러운 일"(김기현 의원), "질의를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정진석 의원)라며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