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신의 수돗물은 안녕하십니까

입력 2020-07-24 05:00 수정 2020-07-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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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이해곤 기자
▲정치경제부 이해곤 기자
양치질하다가 순간 멈칫했다. 수돗물로 입을 헹궈내는 것이 살짝 꺼려졌다. ‘과연 우리 집 수돗물은 안전할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몇 달 전 달아놓은 샤워기 필터도 유심히 살펴봤다. 다행히 꿈틀거리는 유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상수도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품질이 높다. 상수도 보급률은 99.2%에 달하고 전국 구석구석 수도관이 연결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돗물을 마시는 비율은 절반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끓여서 먹는 수준에 그치고 그대로 마시는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유럽의 수돗물 음용률 90%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수돗물이 깨끗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낡은 수도관과 배관망을 타고 들어오기 때문에 완벽하게 깨끗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정부는 최근 10년 동안 노후 수도관 교체, 노후 정수장 교체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왔다. 실제로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서울시의 아리수처럼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수돗물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음용률을 9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앞서 붉은 수돗물에 이어 이번 수돗물 깔따구 유충 사태로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직전이다. 오히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천에서는 수백 건의 신고가 이어지고, 인천을 제외한 전국에서 유충을 발견했다는 의심이 잇따르고 있다. 불안을 넘어 분노를 보이는 시민도 적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시 유충 수돗물 문제 해결 및 관련 담당자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얼마 전 임신한 아내와 뱃속의 아이가 더러운 물을 먹고 생활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환경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수돗물을 깨끗하게 정화하기 위해 도입한 활성탄지 시설을 지목했다. 활성탄을 모아둔 시설에 벌레가 들어가 알을 낳고 번식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결국 이 시설에 벌레가 들어가도록,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라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들이 아무리 많은 예산을 들이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최신 시설로 교체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신뢰는 절대 얻을 수 없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수돗물은 기본에 충실한 관리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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