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의 통계로 경제읽기] 팬데믹 시대 눈여겨볼 경제지표

입력 2020-07-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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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박사, 전 통계개발원장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몇 달 전 이 칼럼에서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한 적이 있다. 팬데믹이 곧 극복될 것이라는 희망 속에 내다본 전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좀처럼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5~6월 어느 정도 수습될 기미를 보였으나 7월에 들면서 오히려 그 기세를 더하고 있다. 미국, 유럽은 물론 그동안 비교적 안전권에 있던 남미와 아프리카에서까지 맹위를 떨침으로써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때 위험스러운 상황으로 치닫던 위기를 겨우 극복하고 좀 마음을 놓을 만한 상황에서 다시 2차 대규모 확산이 우려될 정도로 확진자가 크게 증가될 조짐을 보였으나, 두 번째 위기도 어느 정도 수습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신호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이미 글로벌 경제의 주요 멤버로 편입되어 있어, 세계 경제가 호전되지 않는 한 우리 경제가 독자적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재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경제동향지표들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동향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언론에서는 연신 지난해에 비해 경제상황이 크게 악화하였다고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이러한 보도들은 다소 핀트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가 작년에 비해 나빠졌다는 것은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다. 작년보다 얼마나 더 나빠졌는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이 어떠냐는 것이다. 즉, 지금의 경제가 나쁘지만 그래도 회복되는 과정인지, 아니면 더 나빠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여기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필자는 우리 경제의 동향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통계지표는 ‘산업생산지수’와 ‘취업자 수’라고 생각한다. 산업생산지수는 매달 우리 경제의 생산 변동을 나타내는 것이며, 취업자 수는 얼마나 많은 국민이 취업을 하여 소득을 얻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대개는 산업생산지수와 취업자 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경제가 좋다는 것은 산업생산이 많다는 의미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은 사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산업생산지수 가운데에는 특히 ‘제조업생산지수’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는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주도하는 경제이기 때문이다.

산업생산지수는 올 1월 이후 계속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광공업) 생산지수는 3월 매우 좋은 실적을 기록하였으나, 4월과 5월에는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 들어 제조업 생산지수에 비해 산업생산지수의 하락 폭이 낮은 것은 그동안 경직되었던 국민들의 생활이 차츰 일상으로 돌아오고 재난지원금 등 여러 정책들로 인하여 서비스업 생산이 호전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결국 제조업이다. 제조업의 호전이 없는 한, 경제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취업자 수는 올 초부터 크게 하락하여 4월에는 바닥에 이르렀다. 그러나 바닥이었던 올 4월에도 작년 2월에 비해서는 그래도 취업자 수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 경제의 전반적인 악화에 비해 고용은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5월과 6월에는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고용문제는 어느 정도 한숨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 수는 늘어났지만 고용의 질은 나빠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팬데믹이란 경제의 대위기 시기이고 이를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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