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분기 성장률 -3.3%, 경기 바닥 안보인다

입력 2020-07-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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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우리 경제의 올해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3.3%로 추락한 집계결과 속보치를 23일 내놓았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충격적 수치다. 이에 따라 정부 목표인 연간 성장률 0.1%가 물 건너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은이 최근 전망한 -0.2%도 어려워졌다.

지난 1분기 GDP 성장률도 -1.3%의 역성장이었다. 2분기 연속 GDP 감소는 완연한 불황국면을 뜻한다. 한은은 2017년 9월을 정점으로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고 코로나19 충격에 하강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국내의 코로나19 확산으로 민간소비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서비스 생산이 후퇴한 영향이 컸다. 반면 2분기에는 한국 경제 엔진인 수출과 투자 감소가 직격탄이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수출은 2분기 16.6%나 급감했다. 우리 경제개발 초기인 1963년 4분기(-24.0%) 이후 최악이다. 주요 해외시장의 이동제한으로 수요가 크게 감소한 때문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2.9%, -1.3%를 기록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그나마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재정투입으로 전 분기 크게 내려앉았던 민간소비가 1.4% 증가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은은 2분기가 경기의 바닥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 최대 수출시장이자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중국 경제가 급반등한 것을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 35조 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 투입 효과도 3분기부터 나타나 GDP를 1.34%포인트 정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경기가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크다. 미국, 인도, 중남미, 중동 등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전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장기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무역장벽과 지역주의의 불확실성도 증폭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면서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미국은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요구 등 강경한 조치를 쏟아내고 중국 또한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미·중 대립은 한국 경제의 심각한 불안 요인이다.

위기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데 동원할 수 있는 경기 진작 대책도 이제는 마땅치 않다.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의 여력은 이미 고갈됐다. 기준금리는 실효하한 수준까지 떨어져 더 내릴 수 없고, 정부의 재정 투입도 3차 추경까지 이뤄져 한계에 이르렀다.

민간의 활력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기업 투자를 살려 생산과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규제 혁파와 노동개혁 등 특단의 대책이 다급한 과제임은 그동안 수도 없이 지적돼 왔다. 그것만이 지속가능한 성장력을 회복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 환경은 계속 나빠지고만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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