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계 양대산맥인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대표의 주가 성적표가 엇갈리고 있다. 차 부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 덕분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탄탄해지면서 시가총액이 급증했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뒷걸음질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LG생활건강은 132만3000원, 아모레퍼시픽은 16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LG생활건강은 52주 최고가 149만 원에 11.21%를 남겨뒀지만, 아모레퍼시픽은 52주 최저가 11만 8000원보다 38.56% 오르는 데 그쳤다.
시가총액 증가율을 보면 차 부회장의 압승이다.
차 부회장이 첫 수장을 맡은 2005년 1월 4373억 원에 불과했던 시총은 20조6629억 원으로 덩치가 커졌다. 차 부회장 취임 후 15년간 LG생활건강 시총은 무려 4625%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46%)을 압도하는 수치다.
반면, 아모레퍼시픽 시총은 안 대표가 취임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7년 10월 15조2869억 원에서 24일 기준 9조5580억 원으로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은 10% 수준에 그쳤지만, 시총은 더 큰 폭(37%)으로 줄었다.
코로나19가 구원투수로 나선 안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손님이 뚝 끊겼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숍 아리따움 매장 대부분은 손님이 없어 단축 영업에 들어갔고, ‘헤라’ 등 고급 브랜드를 판매하는 면세 채널도 방한 외국인이 줄면서 매출이 떨어졌다. 이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09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1866억 원)와 비교하면 67%가 감소했다.
두 수장의 희비가 갈린 데는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찾을 수 있다.
‘M&A의 귀재’답게 차 부회장은 M&A에서 미래를 찾았다. 20여 건의 M&A를 통해 뷰티ㆍ생활용품ㆍ음료 사업의 ‘삼각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덕분에 화장품 시장이 부진하면 생활음료, 음료 사업부가 이를 보완했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에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던 이유다. 차 부회장은 사업별 브랜드 라인업을 확충해 포트폴리오를 보강하고 있다. 지난 23일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 씨앤피코스메틱스, 캐이엔아이 등 3개 자회사를 연내 LG생활건강으로 합병키로 했다.
시장에서는 안 대표가 ‘이커머스’로 마운드의 불을 끌 수 있을지 관심이다. 최근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며 고객들에게 새로운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국내에서 네이버, 11번가 등 온라인 플랫폼과 협업을 늘리고 중국에서도 디지털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온라인으로 채널 변화를 시도해 2021년 반전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