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건축 추진' 소식에… 강남ㆍ여의도 재건축 단지들 '셈법' 분주

입력 2020-07-27 06:30 수정 2020-07-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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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건축을 수십년 기다린 것 아냐" vs "정부 인센티브 고려해봐야"

서울 강남과 여의도 등 주요 지역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규제 완화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사업에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기조상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공공성'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책 발표 전부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로 예정된 주택 공급 대책 발표를 앞두고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공급 확대 방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당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도 고려했으나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신 서울시는 강남 등 핵심지역의 재건축 완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그간 이들 지역의 집값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던 만큼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를 풀면 강남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황금알 낳는 부지" 기대감… "집값 상승세인데 더 오를 수도"

이에 시장에서는 정부가 '공공 재건축' 방식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 후보 지역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시 주도의 사업 추진이 용이한 용산구 중산시범·이촌시범아파트와 준공 연한이 오래된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이다.

정부가 실제 공공 재건축 방식을 도입할 지에 대해 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이들 지역 부동산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특히 준공된 지 50년이나 된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추진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 시스템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157㎡형은 지난달 20일 22억7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단지 전용 61㎡형은 이달 8일 최고가인 13억7500만 원에 거래됐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최근 1~2주 사이 호가가 더 오르고 있다. 전용 157㎡형은 23억 원을 훌쩍 넘겼고, 전용 61㎡형도 이전 매매가격을 훌쩍 넘긴 16억 원에 육박한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진짜 재건축이 될지 모르겠지만 여의도는 되기만 하면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곳이다. 그렇지만 막상 재건축이 얘기가 나와도 길게는 10년까지는 봐야 할 것"이라며 "입지가 워낙 좋은 까닭에 그동안에도 집값이 꾸준히 올랐는데 재건축 소식까지 더해지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수십년 기다렸는데" 반발… 대부분 주민 소유 '추진 난항'

하지만 시범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시범아파트이긴 하나 부지 대부분이 주민들 소유인 상황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 공공 재건축 사업 추진은 사실상 쉽지 않다.

▲서울 여의도 전경. 국회의사당 너머로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전경. 국회의사당 너머로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현재 이들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또 정부가 마음대로 우리 아파트를 이용하려고 한다. 그동안 서울시 반대로 근거도 없이 재건축이 미뤄졌는데 공공재건축은 말도 안된다", "공공재건축을 하려고 녹이 슨 수도관을 참아가며 십여년을 기다린 것이 아니다. 사실상 사유지나 마찬가지인 아파트를 두고 정부가 왈가왈부하는지 모르겠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반면 "이번에 때를 놓치면 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공공 재건축이라 해도 용적률 상향이나 분양가상한제 제외와 같은 인센티브를 받으면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은 시급한 상황이나 정부 대책에 따라 재건축이 이뤄질 경우 고급 아파트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 주민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도 비슷하다.

이들 단지는 정부가 재건축을 허용할 경우 임대주택 공급 및 기부채납 등을 얼마나 늘릴 지 여부에 따라 사업 진행을 검토할 것이란 입장이다. 강남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에 충분한 공급 시그널을 주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나 공공재건축을 들고 나온 이상 강남이나 여의도 등 핵심 지역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반발은 클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를 덮을만한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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