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금호에 '아시아나 인수' 재실사 요구…항공업계 노딜 이어지나

입력 2020-07-26 15:17 수정 2020-07-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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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기 순손실 급증ㆍ영구전환사채 신규 발행 등 자세히 살펴봐야"…"인수 최초 의지 변함 없어"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를 결정지을 재실사를 요구했다. 양측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HDC현산은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다음 달부터 12주 동안 아시아나항공과 그 자회사 인수 상황을 재점검하자고 금호산업에 요구했다. HDC현산은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이뤄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따른 항공산업 위축 등으로 인수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같은 사정 탓에 HDC현산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호산업은 각국의 기업 결합 승인 등 주요 선행조건이 마무리된 만큼 계약을 종결하자고 14일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내용 증명을 보냈다.

HDC현산 측은 지난 24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달 14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회신하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당 컨소시엄의 인수 상황 재점검 요청에 속히 응할 것을 촉구했다.

인수 계약 기준이 되는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아시아나항공 부채와 차입금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게 HDC현산이 재실사를 요구하는 근거다. 컨소시엄 동의 없는 영구전환사채 발행, 부실 계열사 대규모 지원, 금호티앤아이 전환사채 상환에 따른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부담 등도 재실사 대상으로 제시됐다. HDC현산 측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에 따른 손실도 재실사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HDC현산은 금호산업에 대한 직접적 공격도 마다치 않았다. 4월부터 재점검을 요구하는 공문을 10여 차례 보냈으나 기본 계약서도 못 받고 있다는 게 HDC현산 측 주장이다. 금호산업이 계약 해제를 대비한 태스크포스까지 운영한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거래 종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계약 해제를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하고 그동안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것이 아닌가"라고까지 표현했다.

항공업계 안팎에선 12주 동안의 재실사가 인수 철회를 위한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재실사 기간 중 코로나19 사태와 항공산업 위기가 진정되지 않으면 발을 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23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포기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마저 '노딜'로 끝나면 한국 항공업계엔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올 수 있다. 다만 HDC현산 측은 아직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를 통해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정상화와 국제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하겠다는 최초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표명"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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