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의 노동과 법] 텔레워크 시대의 노무관리

입력 2020-07-2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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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코로나 사태가 반년이 지났는데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리 일상도 조금씩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고 재택근무를 비롯하여 텔레워크(Telework:원격근무)에 생경해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텔레워크를 실시하면서 오히려 생산성과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의 상당수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현재의 근무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택근무를 비롯한 텔레워크의 최대 장점은 요즈음처럼 준재난 상황에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시공간에 대한 제한을 받지 않고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점 못지않게 보완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바로 텔레워크에 대한 근로시간과 임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이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텔레워크 종사자들이 시공간에 구애됨이 없이 언제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자율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노동법은 근로시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근무형태는 현행법상 위법한 것으로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텔레워크에 대해서는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간주시간근로제(제58조 제1항)나 재량근로시간제(동조 제3항)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적용 대상이 외근업무나 일부 전문직 종사자들로 제한적이고, 요건 또한 엄격하기 때문에 전사적으로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근무방식에 적합하도록 주52시간제를 비롯하여 탄력근로시간제, 선택근로시간제를 보다 유연하게 운용함과 동시에, 요즈음과 같은 준재난 상황에 대응하여 한시적 인가 연장의 적용을 확대하는 등 대폭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텔레워크에 있어 근로시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들에 대한 임금 관리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기본적으로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산정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기업 중에는 이미 직무성과급을 도입한 경우도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보완적인 것으로, 원칙은 근로시간을 기본으로 하는 임금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임금체계는 엄격한 근로시간 관리가 어려운 텔레워크에는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텔레워크의 경우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임금을 산정할 것이 아니라, 직무성과를 기초로 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텔레워크에 대한 임금체계로 주목받는 것이 ‘직무성과급제’이다. 이 제도는 직무를 명확하게 한 다음 그 성과에 기초하여 임금을 산정하는 방식인데,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연공급적 성격이 강해 직무성과급제의 도입에 미온적인 편이다. 문재인 정권도 공기업부터 직무급을 도입한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지만, 기득권 노조의 반발과 기반 조성 미비로 도입 비율은 10% 정도의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직무성과급제는 텔레워크와 같은 새로운 근무방식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고용형태나 연령·학력·성별 등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직급이 아닌 직무, 즉 일의 중요도 및 난이도, 업무의 성격과 책임 정도 등에 기초해 임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대·중소기업 간 소득의 양극화 해소 및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고용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법제를 유연화하고 직무성과급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특히 직무성과급 도입에 대해서는 기득권 노조의 반발도 상당한데,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최대의 관건이다. 또한 직무성과급제 도입에 앞서 국가직업능력표준(NCS)을 활용해 직무정보를 표준화해 공급을 확대하고, 직무특수 직업교육훈련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임금체계 개편에 따른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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