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 협정 체결로 그동안 한국경제를 짓눌렀던 '달러 공포'에서 일단 벗어났다.
협정이 발표된 30일 국내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하며 코스피지수가 1000선에 안착하고 환율도 177원이나 급락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이는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의 위기를 촉발했던 달러 기근 현상을 근본적으로 치유했다는 점에서 금융위기 극복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환 먹구름' 걷혔다
한국은행은 30일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통화스왑계약은 미국 중앙은행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사용하는 것으로서 한국경제가 기본적으로 건실하다는 것을 미국이 보증한 셈이다.
이는 현재 미 연준과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나라가 영국과 유럽(ECB),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0개국에 한정된 사실이 뒷받침 한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이번에 통화스왑계약을 체결한 나라들은 대부분 2000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계약은 외환보유액이 부족해서 맺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 연준과의 통화스왑계약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 경제가 건실하고 경제가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국내 외환보유고 확충 효과는 물론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에 확보된 달러화를 국내 외국환은행들에 대해 경쟁입찰방식으로 공급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할 방침이며, 향후 일본과 중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과의 공조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금융권은 일제히 안도감을 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협정은 300억달러의 외화 공급을 통해 유동성 문제가 해결됨은 물론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 좋은 신호"라고 의미부여했다.
굿모닝신한증권 홍진표 팀장도 "이번 조치로 국내 금융시장이 시스템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향후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확대 정책을 펼쳐가려 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제고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물 위기' 극복 과제
하지만 자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여전하고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감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화스왑협정 이튿날 환율은 다시 큰 폭으로 반등했고 국내 증시도 소폭의 상승에 그쳤다. 그간의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그만큼 컸다는 반증이다. 더불어 금융시장에서 '발등의 불'은 일단 껐으나 향후 불어닥칠 '실물 위기'에 대한 우려도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대폭 축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실물 경제의 위축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경기 냉각에서 오는 은행 부실과 실물경제의 위축도 큰 골치거리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추락하고 일부 건설사들의 부도설이 나돌면서 은행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금융권의 불안감이 가시기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9일 C&그룹의 '워크아웃설'이 금융권에 확산되면서 이날 금융주들은 C&그룹에 대한 여신 규모와는 상관없이 일제히 하한가를 면치 못했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권이 금융위기 여파로 인한 중소기업의 유동성 문제 해결과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을 위해 어떤 대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경제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