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형제의 난'에 몰린 개미들...'경영분쟁=주가 상승' 공식?

입력 2020-08-03 09:38 수정 2020-08-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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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주가가 -4.71% 급락했다. 지난달 23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CGI가 신주인수권증권(워런트)을 공개매수한다고 발표한 날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포함하는 ‘3자 주주연합’ 지분을 추가로 늘려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다. 4~5개월간 이어진 주가 상승 흐름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9만~10만 원을 넘던 한진칼 주가가 한순간 무너진 이유는 뭘까. 그 배경을 쫓다 보면, 수개월 동안 이어진 조원태 그룹 회장 쪽과 KCGI를 중심으로 한 ‘주주연합’ 간 경영권 다툼의 무게 추가 조 회장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벌가 ‘형제의 난’이 ‘주가 상승 재료’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경영권 분쟁이 지분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과거 재벌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알 수 있듯 사태가 일단락되는 순간 주가가 급속도로 빠져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1만4300원으로 보합으로 마감했다. 장중엔 1만5000원까지 뛰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경영권 분쟁을 재료로 상한가를 기록한 후 주가가 급변동하고 있다. 개미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덕분이다. 한국테크놀로지는 전 거래일 대비 1.89%(20원) 오른 108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장중 급등락을 반복하다 2.88% 하락한 2만 5300원에 마감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주가에 영향을 줬다. 30일 시장에선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양래 회장의 장녀인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조희경 이사장이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신청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조양래 회장이 차남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이 보유한 지분(23.59%, 2194만2693주)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모두 넘기는데 따른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조 사장(19.31%)은 형인 조현식 부회장(19.32%)과 비슷한 규모로 지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분 변동으로 조 사장은 지분율을 42.9%로 끌어올리면서 사실상 후계자가 됐다. 재계에선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분쟁에서 조 사장 대 나머지 삼남매(장남 조현식, 장녀 조희경, 차녀 조희원)의 구도가 갖춰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은 ‘주가 상승 재료’로 꼽힌다. 분쟁 당사자들이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해 경쟁하면서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또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성향 확대 등 분쟁 과정에서 나올 가능성이 큰 주주 친화 정책은 덤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경영권 분쟁 소식에 덥석 주식을 사들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사실상 기업 가치와는 무관한 단기적인 이슈에 그치기 쉽다는 설명이다.

롯데지주의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형제의 난’은 대표적인 사례다. 신 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을 해임한 2015년 7월 29일 롯데쇼핑과 롯데제과의 주가는 장중 13.10%, 15.86%까지 급등했다. 롯데쇼핑은 한달도 지나지 않아 14만4000원에서 11만9000원으로 내려앉았다. 롯데케미칼 등도 소폭 상승했으나 며칠 지나지 않아 13.63% 감소했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내 롯데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며 ‘1인 체제’를 굳건히 하면서 주가는 그가 선포한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모이고 있다.

금호그룹 박삼구, 박찬구 회장의 ‘형제의 난’도 급등락 추이가 뚜렷하다. 형제의 난이 터진 2009년 7월 28일 금호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석유화학의 주가는 3만1850원에서 같은 해 8월 3만4850원으로 9.4% 뛰기도 했다. 하지만 형제들이 계열사 경영권을 나눠 갖기로 일단락되자 주가는 동력을 잃고 다음 해 2월 1만6100원까지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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