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2법' 손실 피하자" 법전 들여다 보는 집주인

입력 2020-08-0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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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8-0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늘어난 보유세, 임대료 차임 증가권 청구…"전셋값 상승 커지면 계약 갱신 거부 소송 각오"

경남 창원에 사는 N씨는 요새 하루에도 몇 번씩 주택 임대차보호법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가 소유한 아파트 전셋값을 올리거나 새 세입자를 들이기 위해서다. 시세대로면 이 아파트는 3억 원까지 전세 놓을 수 있다. 현재 N씨 아파트엔 전세보증금 2억 원에 세입자가 들어와 있다. 오는 10월 만기가 되면 나갈 줄 알았던 세입자는 지난달 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자 연락을 피하고 있다.

임대차 보호법 개정으로 '2+2년 계약갱신청구권제'와 '5% 전ㆍ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임대인(집주인) 사이에 법 공부 바람이 불고 있다. 법 규정을 피해 임대기간은 줄이고 임대수익은 늘리기 위해서다. 정부가 상임위부터 공포까지 사흘 만에 '임대차 2법'을 통과시키면서 손해를 안 보려는 집주인들 움직임은 더 분주해졌다.

◇임대료 보증금 증액ㆍ감액 요구… '차임 증감 청구권' 활용안 찾아

요새 임대인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법규는 '차임 증감 청구권'이다. 차임 증감 청구권은 임대인이나 임차인(세입자)의 경제 상황이 급변했을 경우 상대방에게 임대료나 보증금을 증액 혹은 감액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증액을 요구할 때는 한 번에 5%씩, 직전 계약일이나 보증금 변동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요구할 수 있다. 현행 임대차 보호법 테두리 안에서도 임대인들은 차임 증감 청구권을 활용하면 1년에 5%씩, 계약 기간 4년 동안 15.7%를 올릴 수 있다고 해석한다.

여기에 임대차보호법은 조세 부담 증감을 차임 증감 청구권을 쓸 수 있는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만 57만 가구의 주택분 보유세 부담이 전년보다 세(稅) 부담 상한선인 30% 뛰었다. 정부가 주택 보유세 증세 정책, 공시가격 상향 정책을 유지하는 상황은 임대인이 차임 증감 청구권을 쓸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윤소평 법무법인 이담 변호사는 "증액에 반대해 세입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임대인과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면서까지 소송을 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전셋집에 들어오기 어렵게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공개될 때부터 부동산 카페 등에선 면접으로 세입자를 뽑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한국보다 앞서 임대료 상한제와 계약 갱신 청구권제가 시행된 독일에선 실제로 경제 상황이나 반려동물 유무 등으로 임차인을 뽑는다는 점을 들어 허언으로만 볼 수 없다고 본다.

▲서울 한강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한강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주택 파손 땐 '원상 회복 의무' 적용… 전셋값 상승, 갱신 거부땐 소송도

임대인들은 계약 갱신 요건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임대료를 연체하거나 주택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하는 경우엔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도록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임대인들은 앞으로는 외국처럼 못 자국이나 문틀 흠집도 유책 사유로 잡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계약 갱신 거부 요건엔 해당이 안 되더라도 민법이 규정하는 '원상 회복 의무'를 엄격히 적용해 수리비를 톡톡히 받아내겠다고도 입을 모은다.

김향희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 변호사는 "아직까진 계약 갱신 거부 판례가 많진 않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법관 판단에 따라 주택 파손을 이유로 계약 갱신 거부를 인정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집주인도 소송 비용보다 전셋값 인상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하면 소송도 각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과 법조계 안팎에선 임대차2법 시행으로 임대차 계약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법무부와 국토부도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감정원에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분쟁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계약 갱신이 거부된다고 해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윤소평 변호사는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손해를 산정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며 "법관 입장에선 전셋값을 돌려받은 임차인이 계약 갱신 거부로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판정할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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