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어이와 어처구니

입력 2020-08-0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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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맷돌 손잡이 알아요? 어이라고 그래요. 맷돌에 뭘 갈려고 집어넣고 맷돌을 돌리려고 하는데 손잡이가 빠졌네? 이런 상황을 어이가 없다 그래요. 황당하잖아. 아무것도 아닌 손잡이 때문에 해야 될 일을 못하니까.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네.”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3세 조태오의 대사다. 그런데 조태오가 잘못 말한 부분이 있다. ‘어이’의 뜻이다. 어이는 맷돌의 손잡이와 관련이 없다.

어이는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을 뜻하는 말이다. 보통 단독으로는 쓰이지 않고, ‘없다’와 함께 쓰여 ‘어이가 없다’ ‘어이없다’로 나타낸다. 뜻밖이거나 한심해서 기가 막힘을 의미한다.

어이를 ‘어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의’의 발음 때문이다. ‘의’의 발음은 [의]다. 그런데 표준발음법에서 단어 첫음절 외의 ‘의’는 [의]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의, 장의, 주의 등에서 첫음절 뒤에 오는 ‘의’의 발음이 [의] [이] 둘 다 맞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어이도 앞선 단어들처럼 [이]로 발음이 되니 ‘어의’로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어이없다와 같은 뜻으로 ‘어처구니없다’도 있다. 이때 어처구니는 어이의 사전적 의미와 같다. 어처구니도 대개 ‘없다’와 함께 쓰인다. 어처구니의 어원에 대한 여러 설 중 ‘맷돌의 손잡이’라는 말이 있다. 잡상(雜像·궁전 등의 지붕 위 네 귀에 여러 가지 신상(神像)을 새겨 얹는 장식 기와)이라는 설, 바윗돌을 부수는 농기계의 쇠로 된 머리 부분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설이고, 정확한 어원이 밝혀진 바는 없다.

그렇다면 맷돌의 손잡이를 이르는 말은 무엇일까. ‘맷손’이다. 둥글넓적한 돌 두 짝을 포갠 다음 윗돌 아가리에 곡식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갈리는데, 이 손잡이를 맷손이라고 한다.

극중 조태오는 어이의 뜻을 잘못 말했지만, 어이없다의 의미는 바로 알고 있다. 어떤 일이 너무 엄청나거나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고 황당하다는 뜻으로, ‘어이없다’ ‘어처구니없다’는 표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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