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태원 원더무브 대표 "출근길 직장인 전용 카풀 어때요?"

입력 2020-08-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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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에서 분사…'편하고 자유로운 이동' 위한 서비스 지향

▲김태원 원더무브 대표가 5일 서울 서초구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카풀 서비스 ‘원더풀’을 소개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김태원 원더무브 대표가 5일 서울 서초구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카풀 서비스 ‘원더풀’을 소개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직장인들은 매일 아침 출근 전쟁을 치른다. 대중교통에서 사람에 치이다 보면 진이 빠지지만, 그렇다고 자가용을 운전하자니 비용부담이 작지 않다.

그럼 출근길이 비슷한 사람끼리 자가용 한 대에 함께 타고 회사로 향하면 어떨까? 운전자는 정기적인 수익을 올리고, 이용자는 대중교통보다 편하게 출근할 수도 있다. 이렇게 더 편안하고 효율적인 출퇴근길을 고민하다 직장인 전용 카풀 서비스 ‘원더무브’를 만든 김태원 대표를 이투데이가 5일 만났다.

“집 주변에 직장 동료들이 제법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경로를 기반으로 직장인들을 묶어주면 많은 사람이 이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 대표는 원래 현대자동차그룹 IT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에서 11년간 일했다. 출근길이 비슷한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직장인 카풀 서비스’를 주제로 2018년 4월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공모했다.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발됐고, 사내에서 준비 기간을 거쳤다.

이후 2년 동안 사내 다른 팀에 근무하던 동료 한 명과 기존 업무를 신경 쓰지 않고 카풀 서비스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현대차그룹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업의 안목을 쌓으며 생존율을 높일 수 있던 고마운 시기"라고 회상했다. 원더무브는 올해 5월 가능성을 인정받아 독립 기업으로 분사에 성공했다. 개발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아직 투자 유치도 받지 않고 있다.

▲원더무브 앱의 초기 구동 화면. 올해 하반기 중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사진제공=원더무브)
▲원더무브 앱의 초기 구동 화면. 올해 하반기 중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사진제공=원더무브)

◇드라이버와 라이더 연계, 요금은 월 6만 원 수준=원더무브는 카풀 운전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드라이버(운전자)가 출근할 때 지나는 경로를 소개하며 ‘카풀 방’을 개설하면, 라이더(이용자)는 유사한 출근길을 등록한 드라이버의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라이더가 특정 드라이버에게 카풀 신청을 하면 양측은 서로의 출근 경로, 동행 거리, 자신의 출근길과 일치하는 비율, 매너지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양측이 동의하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이동 경로 내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분석하는 '알고리즘 매칭 방식'은 김 대표가 직접 설계했다.

일률적인 요금은 없지만, 원더무브는 권장가격을 버스보다 비싸고 택시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설정했다. 김 대표는 “요금은 드라이버가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자신의 차가 크거나 유지비가 많이 들면 그만큼 더 받을 수도 있다”며 “권장가격은 택시의 40% 수준으로 설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월 20회 탑승을 기준으로 6만 원 남짓한 금액이다.

"드라이버가 한 달에 3명을 태우면 18만 원 정도를 벌 수 있습니다. 이 정도 경제적 유인이 있다면 라이더를 태우기 위해 아침에 10분 정도 일찍 출발하는 드라이버들이 분명 있지 않을까요?"

라이더는 '맛보기 서비스'로 여러 드라이버를 경험해보다가 그중 선호하는 사람과 월 정기 서비스를 맺으면 된다. 드라이버는 '카풀 방'을 개설할 때 원더무브 측에 비용을 내게 돼 있는데, 김 대표는 향후 어떤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서비스는 마무리 작업을 거쳐 하반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원더무브 앱의 구동 화면. 드라이버와 라이더는 서로의 출근 경로 일치 정도와 승차 시간, 차량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원더무브)
▲원더무브 앱의 구동 화면. 드라이버와 라이더는 서로의 출근 경로 일치 정도와 승차 시간, 차량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원더무브)

◇이용대상, 시간제한 둔 ‘합법적 카풀 서비스’=원더무브는 직장인만을 대상으로 오전 7~9시, 오후 6~8시 사이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행법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택시 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되, 시간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대타협을 맺었다. 평일 출퇴근 시간에만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합의 내용이 반영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기존의 카풀 업체들은 사업을 접었다. 개정법을 준수하려면 서비스 알고리즘을 새로 짜야 하고, 사업성 자체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애초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계된 원더무브는 개정된 법 테두리 안에서 카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원더무브가 택시 업계와의 갈등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 법은 택시 업계의 의견이 반영돼 만들어졌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택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으므로 갈등이 없을 것"이라며 "일반인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원더무브는 서비스를 직장인에 한정한다"고 밝혔다.

◇유연근무제 시대, 대안은 카풀 서비스=원더무브는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영역도 개척하고 있다. 주된 고려 대상은 통근 버스를 운영하던 회사다. 변화한 기업 문화에 따라 통근 버스 운영에도 변화가 필요해지면서다.

지난해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부쩍 늘었다. 업무 시작 시점을 각자 알아서 정할 수 있게 되자 획일적인 출근 시간에 맞춰 운행하던 통근 버스에도 빈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원더무브는 이 틈을 노렸다. 예전만큼의 수요가 유지되지 못해 버스를 감축해야 하는 기업에 카풀 서비스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직원은 복지 혜택 중 하나인 통근 버스를 다른 방식으로 누릴 수 있다.

실제 원더무브는 하반기부터 현대차그룹 서울 양재 사옥과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태원 원더무브 대표는 "사람들의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을 꿈꾸고, 최종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김태원 원더무브 대표는 "사람들의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을 꿈꾸고, 최종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코로나19, 카풀 수요 높일 것"=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럿이 함께하는 카풀 서비스에 악재가 되진 않을까? 김 대표는 코로나19가 되레 카풀 수요를 높일 것이라 확신했다.

현대차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서울시 대중교통 수요는 34% 감소했고, 우버의 카헤일링 서비스 이용자는 70% 급감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꺼렸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원더무브가 대중교통이나 차량 호출 서비스와 달리 매번 만나는 사람이 정해진 정기 서비스라 이러한 우려를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수가 이용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죠. 원더무브는 고정된 인원끼리의 카풀을 제공하는 만큼 수요가 오히려 더 늘어날 겁니다".

◇'편리한 이동' 주제로 가능성은 무궁무진=원더무브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 김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릴 계획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사업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이미 시장 조사도 마쳤다.

김 대표는 "필리핀에도 이미 공유 서비스가 있지만, 치안 사정 때문에 현지인은 '안전'을 중시한다"며 "직장인은 필리핀에서 신원이 보증된 사람들인 만큼 이들만을 모아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면 수요가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 현지인을 대상으로 자체 사전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0% 넘는 응답자가 서비스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에서도 서비스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여행이나 운동 등 관심사를 기반으로 함께 여가를 즐길 사람을 연결해주거나, 교통 약자가 많은 농어촌 지역에 카풀을 제공하는 식이다. 물론, 법 테두리를 지키기 위해 수익은 추구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모빌리티 시장 자체를 키워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람들의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을 꿈꿉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자산과 노동을 투입해 상호 이익까지 얻으면서 말이죠. 최종적으로는 사회적 약자들이 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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