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수위 상승 '홍수주의보' 발령… 침수 전기차는 안전할까?

다단계 감전 예방 시스템으로 보호…오히려 전기차 충전기가 문제

▲지난달 31일 대전시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에 주차된 차들이 집중호우로 인해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6일 오전 한강대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주요 도로 곳곳이 침수,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한강 둔치를 비롯한 일부 저지대에는 전기차가 침수되면서 감전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완성차 제조사들에 따르면 다단계 보호 시스템을 갖춘 덕에 침수 전기차로 인한 감전 우려는 사실상 제로다.

오히려 지하주차장 또는 외부에 노출된 전기차 충전기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이날 현대ㆍ기아차와 한국지엠 등 전기차 제조 및 판매사에 따르면 침수된 전기차로 인한 감전사고 위험은 극단적으로 낮다.

400V 안팎의 고전압 직류 전원을 사용하는 전기차는 충전구 설계를 시작으로 배터리와 모터 배열, 전원 연결부 등 시스템 전반에 걸쳐 다단계로 감전 예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비 오는 날 충전은 물론, 침수된 전기차로 인한 감전사고 위험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전기차는 운행 중이거나 정차 때, 또는 주차 때에도 전류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다. 만약 외부 충격으로 인해 시스템 일부가 파손되더라고 곧바로 전류가 차단된다.

우천 충전 시에도 "안심해도 좋다"는 게 완성차 메이커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우천 시 전기차 충전 때 충전구 내부로 들어오는 액체는 배수 홀로 자동 배출된다. 혹여 충전기가 빗물에 젖었더라도 이로 인한 감전 우려는 없다.

차체와 충전기가 연결된 이후에는 충전기 실링이 액체 유입을 막는다.

나아가 차에 충전기를 연결해도 곧바로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야 충전이 시작되는 등 감전 예방을 위한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그래픽=현대차그룹)

겹겹으로 세운 대책을 뚫고 충전 때 수분이 유입되더라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수분 유입이나 물리적 파손으로 인해 배터리 시스템이 이상이 발생하면 곧바로 고전압이 차단된다.

가정집에서도 순간적으로 과전류가 흐를 때 두꺼비집(누전 차단기)이 전력을 차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기차 역시 전류 이상을 감지하면 곧바로 전류를 차단한다.

전기차가 침수됐을 경우 빠르게 차 안에서 전원을 차단하고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는 게 먼저다. 침수 전기차로 인한 감전 우려보다 침수 자체가 더 위험할 수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볼트 EV의 경우 HVCS(High Voltage Cut-off System)와 ADS(Active Discharging System) 등을 갖춰 감전으로 생길 수 있는 2차 사고를 미리 방지하고 있다”며 “혹시 모를 침수 또는 우천시 충전에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단, 사고로 인한 물리적 충돌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전기차는 고전압 전류가 흐르는 만큼, 사고로 인해 차가 파손될 경우 무리하게 차를 절단해서 승객을 구조하는 건 금물이다. 차종별로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절대 절단해서는 안 되는 부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와 한국토요타 등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 등을 판매하는 회사들은 119구조대원을 대상으로 '차체 절단이 필요한 인명구조 매뉴얼'을 배포하거나 주기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나아가 침수로 인한 전기차 감전보다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충전기 자체는 파손 또는 침수로 인한 대비책이 마련돼 있지만, 전력원에서 충전기까지 이어지는 전원선에 관한 규정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경우 전력원에서 전기차 충전기까지 전원 공급선이 바닥으로 연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하주차장 침수 때 차보다 전원 공급선이 침수로 인한 위험에 먼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다양한 안전 시스템을 갖춘 충전기 자체는 누전과 침수로 인한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전력원에서 충전기까지 공급되는 전원선 자체는 관리 여부에 따라 침수로 인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관련한 설치규정 자체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기차 침수에 대한 우려보다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기 침수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충전기 자체는 침수에 대한 대비책을 갖춘 반면, 전력원에서 충전기까지 연결되는 공급선에 대한 안전규정은 아직 없는 상태다. (사진제공=한국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