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과감한 사업 재편을 통해 실적 개선의 의지를 나타냈다. 실적이 좋지 않은 그룹사를 정리해 고질적인 부실을 털어낸다는 계획이다.
KT는 지난 7일 진행된 2020년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회사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성장과 시너지가 없는 그룹사의 경우 과감하게 재편할 계획”이라며 “지금 그룹 안에서 계속 심도있는 토론들이 이뤄지는 중이지만 아직 결과가 나와있진 않다”고 말했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그룹사 전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그룹사 간 결합과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BC카드가 케이뱅크에 지분 투자를 진행한 것도 시너지의 일환이다. KT의 이 같은 목표는 성장성이 불확실한 그룹사를 재편해 회사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T 사업계획서를 보면 KT그룹은 현재 66개 자회사 및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지속적으로 부실을 털어내지 못하는 자회사도 많아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KT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KT엠모바일은 지난해 55억8000만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가장 적자폭이 컸다. KT텔레캅 역시 48억3100만 원의 손실을 보며 부실에 허덕이고 있다. 폴란드에서 전기통신업을 하고 있는 ‘KBTO’ 역시 34억5700만 원의 손실을 보이며 위기에 몰려있다.
KT는 이처럼 수년째 경영에서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이지 못하자 부실 그룹사를 정리한다는 추측이 무성했다. 이 때문에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는 구조조정 조기 진행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업종이 겹치는 그룹사들을 재편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가장 먼저 재편 대상이 되는 곳으로 KT엠모바일이 꼽힌다. KT는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알뜰폰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KT엠모바일이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스카이라이프가 알뜰폰 업계에 진출한다면 시너지 강화를 이유로 그룹사에서 정리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인쇄물 출판 서비스를 제공하는 ‘KT희망지음’과 ‘스토리위즈’의 통합 가능성도 있다. 통신업 특성상 출판업이 비주류에 속하고, 실적도 악화돼있기 때문에 충분히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실적을 내고 있지만 재편 대상이 되는 곳도 있다. KT그룹의 광고를 대행하는 ‘나스미디어’와 ‘플레이디’다. 양사는 지난해 각각 186억 원, 66억 원의 수익을 냈지만 광고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너지 강화를 위해 통합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구현모 KT 대표는 2014년 KT 비서실장 겸 전략담당 전무를 맡아 KT렌탈과 KT캐피탈 등 비통신계열사 17곳의 정리 작업을 주도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 장기화되면 또 다시 그룹사 칼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KT 측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