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대책 사절'

입력 2020-08-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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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업계의 부끄러운 얘기부터 해야겠다. 어릴 적 대문에 '신문 사절'이란 종이를 붙여놓는 집이 많았다. 신문사에서 원하지 않는 신문을 계속 배달하니 생긴 풍속이었다. 그 때문에 싸움이 나는 집도 있었다. 원치 않는 신문을 들이미니 언론의 권위와 신뢰도 떨어졌다. 신문 사절 종이는 종이신문이 멸종 위기에 몰리고 나서야 사라졌다.

부동산부에 와서 처음 쓴 칼럼이 '월간 홍남기' '주간 김현미'였다. 말이 씨가 됐다. 부동산을 담당한 지 열 달째인데 부동산 대책이 12ㆍ16 대책부터 시작해 8ㆍ4 대책까지 여섯 번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보다 더 적게 셀 수도 있다) 5월부터는 말 그대로 한 달에 한 번씩 부동산 대책을 만들어냈다.

정책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올봄만 해도 정부는 여유로워 보였다. 12ㆍ16 대책 말발이 먹힌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값이 내림세였기 때문이다. 5월 "주택 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로 전환되고 있다"며 잠실과 용산 개발 구상을 내놨다.

정부가 만든 개발 호재에 집값이 들썩였다. 바로 다음 달 정부는 "주택시장의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며 규제로 돌아선다. 수도권 대부분을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묶었다. 상황 오판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느닷없는 고강도 규제는 이대로면 집을 마련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주택 구입을 서두르는 '패닉 바잉'만 부추겼다.

6ㆍ17 대책이 무력화하자 정부는 7ㆍ10 대책, 8ㆍ4 대책을 연이어 내놨다. 효과가 있느냐고? 7ㆍ10 정책 후 한 달 동안 서울 집값은 0.2% 오르며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승을 멈춘 곳은 한 곳도 없다. 더 많이 오른 통계도 있지만 김 장관이 믿는 한국감정원 통계는 이렇다.

주말마다 부동산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린다. 혹 정부가 이 집회에 대응한답시고 또 다른 부동산 대책을 준비한다면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 국토부 정문에 '부동산 대책 사절'이란 종이가 붙을지 모른다. 아니 벽서라도 붙일 애정이 남아있으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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