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출연한 부실채권정리기금에 대해 법인세를 감액해 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하나금융이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2013 사업연도 법인세 132억 원의 경정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나은행은 1997년 11월 부실채권정리기금에 603억5000만 원을 출연했다. 2012년 11월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운용이 종료되면서 하나은행은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분배받은 수익증권 193억3000만 원, 소송유보금 및 청산비용 등 61억 원 등 합계 254억3000만 원을 수익으로 계상해 2013 사업연도 법인세를 냈다.
이후 하나은행은 2015년 1월 과세당국에 "출연금 603억5000만 원을 2013 사업연도 손금에 전부 산입해야 한다"며 법인세 감액을 청구했으나 거부당하고 조세심판원의 심판 청구도 기각됐다. 이에 연결납세방식을 적용해 하나은행의 법인세를 낸 하나금융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손금산입(세법상 비용처리)이 클수록 법인세액은 줄어든다.
하나금융은 "2000 사업연도에 해당 출연금을 손금산입하기는 했지만, 당시 4조 원이 넘는 이월결손금을 보유해 (손금산입과 상관없이) 해당 사업연도에 낼 법인세가 없었다"며 "당시 손금에 산입한 출연금은 2013 사업연도까지 이월결손금 항목에 그대로 포함돼 이중 손금 공제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시 하나은행은 부실채권정리기금의 부실 채권 정리 과정에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자 2000 사업연도에 출연금 전액을 감액손실(비용)로 회계처리했다. 이후 감액손실만큼 손금불산입 세무조정을 하지 않고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함에 따라 2000 사업연도의 손금으로 반영됐다.
우선 법원은 부실채권정리기금에 대한 출연금은 신의성실의 원칙과 조세공평의 원칙 위배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운용 기간 종료 후 청산해 그 잔여 재산의 가액이 확정된 날(2013년 2월 22일)이 속한 2013 사업연도에 손금으로 최종 귀속된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2000 사업연도에 이미 귀속시킨 손금에 대해서는 제척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유지하고, 2013 사업연도에 재차 손금산입을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손금산입 시기를 납세자의 자의적인 의사 맡기게 되는 것으로 조세 정의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이 2002년 2월 합병한 후 2000 사업연도 세무조정의 오류를 파악해 이에 대한 수정 신고를 할 수 있었는데도 중대한 과실로 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부과제척기간 경과 후 뒤늦게 출연금을 2013 사업연도 손금으로 재차 산입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과 실질과세원칙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하나금융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다음 달 18일 항소심 첫 변론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