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기업의 시가총액 규모가 미국, 중국 기업보다 현저히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기회 확대를 위해 국내 제조업체의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10년간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증권시장 시총 상위 5개 ICT 기업의 변화를 분석해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주요 디지털 기업의 시총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규모도 작았다.
미국은 5개 기업의 시총 합산액이 약 8092조 원으로 한국 정부의 올해 본예산(512조 원)보다 16배 컸다. 중국은 약 2211조 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 5개 ICT 기업의 시총 합은 약 530조 원으로, 미국의 15분의 1, 중국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특히, 인터넷 포털과 전자상거래 기업 간 차이가 컸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총 합은 약 83조 원으로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 1개사의 시총(120조 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미ㆍ중 인터넷 기업보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미미해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느린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해외매출 비중이 네이버는 30%대에 그쳤고, 카카오는 공식통계조차 없었다. 반면, 애플의 해외매출 비중은 60%, 알파벳은 54%에 달했다.
글로벌 시총 기준 상위 100대 ICT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국내 회사도 삼성전자 한 곳에 그쳤다. 가장 많은 기업이 포함된 국가는 미국으로 애플, 넷플릭스, 테슬라 등 57개사의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었다. 중국 역시 알리바바를 포함한 12개사, 일본과 유럽은 각각 11개, 10개사가 순위에 꼽혔다. 떠오르는 ICT 강국 인도 역시 3개사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ICT 기업의 지난 10년간 시총 증가 속도 역시 한국이 상대적으로 느렸다. 미국 5개사 시총 합계의 연평균 증가율이 29.4%, 중국 5개사는 70.4%를 기록했지만, 한국은 연평균 23.4% 증가에 그쳤다.
전경련은 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앞당기고 있는 만큼, 국내 제조업이 성장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을 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컨대, MS는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총 20년간 시총 1~4위 차지하다가 애플, 구글 등 후발 IT 기업에 밀려 2009년에는 시총 1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사업 확장, 구독 서비스 제공 등의 변화를 통해 현재 애플과 시총 1위를 다투며 디지털 혁신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5월 카카오의 시총 10위권 진입이 큰 주목을 받는 등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가 디지털 경제로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분석 결과 우리 경제의 디지털화는 주요국보다 속도가 느린 것이 사실”이라며 “IT 강국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위상을 이어가려면 디지털 혁신과 기존 산업과의 결합을 위한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