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거나 폭염인 날씨에는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쇼핑 대신 안방 쇼핑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또 부득이하게 오프라인 쇼핑을 하더라도 원거리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집 가까이 있는 편의점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날씨에 따라 판매량 증가폭이 엇갈리는 품목도 많다.
10일 이투데이가 홈쇼핑, 이커머스, 편의점의 날씨에 따른 인기 상품을 조사한 결과 홈쇼핑에서는 장마에 제습기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편의점에서는 식용유와 부침가루 판매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가에서는 '날씨가 영업상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씨와 쇼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올해처럼 장마가 장기화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방문객이 줄어 매출 타격을 입는 반면 홈쇼핑·이커머스, 편의점의 매출은 늘어난다. 폭염 역시 이동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려는 소비자의 니즈로 인해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10일 한국IBM과 인공지능(AI) 기반 기상 예측 시스템 도입 업무협약을 맺었다. 롯데홈쇼핑은 한국IBM이 AI 기반으로 정교하게 분석한 기상 예측 정보를 전달 받아 상품 기획, 편성, 마케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부터 빅데이터를 통해 미세먼지 지수를 자체 예측해 편성에 활용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미세먼지 나쁨 일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에 마스크, 공기청정기 등을 집중 편성하고 마스크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3월 5일 미세먼지 관련 상품 긴급 편성한 결과 웰킵스 K94 황사방역마스크는 1시간 15분 방송 중에 5214건 주문, 2억3000만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해당 시간대 예상 매출액 대비 달성율이 600%나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전파를 탄 LG퓨리케어 공기청정기는 55분 방송에서 11억5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은 이 같은 경험을 활용해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2일까지 3주간 제습기 편성을 지난해 동기보다 2배 확대한 결과 주문 수량이 66%나 늘었다. 지난달 23일 방송된 위닉스 제습기 방송은 수량 980개, 주문금액 3억 3000 만원을 올려 매출 목표대비 175% 초과 판매를 달성했다.
이커머스에서도 날씨에 따라 매출이 늘어나는 상품들이 눈에 띈다.
옥션에서는 폭우가 내린 지난 2일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 상위 3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 허브차가 610% 매출이 증가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우산꽂이와 남성샌들이 각각 395%, 250% 판매량이 늘었다. 옥션이 폭염, 폭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을 중심으로 전년동기대비 판매량 급증 품목을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공기정화기 판매량이 1620% 늘었고 빨래비누와 핸드워시 판매량도 780%, 200% 증가했다. 폭염에는 밀짚모자, 쫄면·비빔국수 매출이 늘었도 폭설에는 귀마개, 성애제거기 등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도 지난 1~3일 폭우가 내리면서 우산 판매가 전주대비 268.3% 늘어 1위에 올랐고 속옷, 양말의 구매도 덩달아 늘었다. 또한 비오는 날엔 부침개라는 속설처럼 부침가루와 식용유 판매량도 각각 39.5%, 20.9% 증가했다. 폭염인 날에는 얼음컵 판매량이 36.7%로 급증했고 파우치음료(32.3%), 캔맥주(32.3%) 판매량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상과 소비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이 활발해지면서 날씨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제품의 구색을 늘리고 관련 기획전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최근 들어 이를 활용한 유통업체의 다양한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