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공화당 관계자에 따르면 한 백악관 보좌관이 지난해 러시모어산이 있는 사우스다코타 주지사실에 연락해 ‘산에 대통령 조각을 추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봤다. 러시모어산은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4명의 얼굴을 산봉우리에 새긴 기념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을 비롯해 에이브러햄 링컨,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러시모어산에 얼굴을 새기고 싶다는 소망을 입 밖으로 꺼낸 적도 있다.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2018년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악수를 한 뒤 ‘러시모어산이 있는 사우스다코타에 한 번 들러달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내 얼굴이 러시모어산에 있는 것은 나의 꿈’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놈 주지사는 이어 “그 말이 농담인 줄 알고 웃었지만, 대통령은 웃지 않고 진지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2017년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러시모어산에 자신의 얼굴을 새기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러시모어산 얼굴 조각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시간 꿈꿔온 자신만의 소망이다.
놈 주지사는 대통령의 소원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기 위해 지난달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러시모어산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추가한 1.2m짜리 모형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국 내무부와 협력해 러시모어산에서 독립기념 불꽃놀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한 것도 놈 주지사였다. 러시모어산 근방에서는 지난 10년간 산불과 환경 파괴 우려로 불꽃놀이가 진행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백악관 관계자는 “러시모어산은 사우스다코타주 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의 기념물”이라며 대통령이 얼굴 조각 추가를 문의했다는 소문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이것은 NYT와 CNN의 가짜뉴스”라며 “내가 3년 반 동안 해온 많은 일을 고려해보면 (얼굴을 새기는 것이) 좋은 생각으로 보이긴 하지만 한 번도 그런 제안을 해본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